■ 히딩크 감독이 구사한 3-4-3의 비밀
딕 아드보카트 축구대표팀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표팀이 내년 1~2월 전지훈련 기간 중 8~10차례 정도 평가전을 치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이번 전지훈련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감독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에게 딱 맞아 최고기량을 뽐낼 수 있는 시스템을 찾는 것"이라면서 "일단 초반 평가전 몇차례는 3-4-3으로 치르겠다"고 말했다.
3-4-3 시스템은 히딩크 사단의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기전만해도 4-4-2를 쓰겠다고 했지만 한국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3-4-3으로 변했고 결국 3-4-3은 2002년 한·일월드컵 때 한국대표팀이 변함없이 사용했다. 코엘류·본프레레 등 전임 감독들도 대부분 3-4-3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3-4-3 시스템의 매력은 무엇인가. 그리고 장단점은 무엇이며 포지션 별로 선수들은 어떤 플레이를 해야할까.
■ 3-4-3의 공격시 특징
3-4-3을 공격과 수비로 나눠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우선 공격부터 살펴보자. 3-4-3은 수비수 3명, 미드필더 4명, 공격수 3명을 두는 시스템이다. 3-4-3의 공격시 특징은 크게 2가지다. 공격수가 3명이나 되기 때문에 투톱 스트라이커에 비해 공격라인의 숫적 위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하나다. 그리고 남은 특징은 스리톱 중 사이드 공격수(윙 포워드) 2명과 미드필더 중 사이드 미드필더 2명 등 4명이 모두 측면공격을 할 수 있어 사이드 공격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플레이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당시 멤버는 설기현 ·황선홍·박지성 스리톱에 이영표(이을용)·김남일·유상철·송종국 등 4명 미드필더였다. 설기현·박지성·이영표(이을용)·송종국이 모두 측면 공격에 적극가담했었다.
■ 3-4-3의 수비시 특징
[그림1]
3-4-3은 수비에서도 상당한 강점을 지닌다. 3-4-3은 수비시에는 3-6-1, 5-4-1, 4-5-1 등으로 변한다([그림1] 참조). 즉 미드필더 중 1명이나 2명이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포백 또는 파이브백을 구축하는 한편, 윙포워드 2명이 미드필더에 가담해 중원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비 숫자가 많고 미드필더 숫자까지 밀리지 않기 때문에 수비에서는 아주 큰 힘을 발휘한다. 역시 2002년 한국대표팀을 예로 들면 오른쪽 미드필더인 송종국이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김태영·홍명보·최진철과 함께 포백을 이루는 한편 설기현·박지성 등 윙포워드들이 미드필더에 가세하면서 중원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 공수에 걸친 3-4-3의 성공의 키워드
모든 시스템이 마찬가지지만 3-4-3 시스템도 약점이 있다. 3-4-3이 공격에서 큰 힘을 발휘하려면 중요한 것이 크게 2가지다. 일단 3명의 스리톱 공격수들이 서로 자기 자리만 지키면서 앞뒤로 움직이는 `기찻길 움직임`을 피해야한다는 점이다. 앞뒤로만 움직이면 상대에게 공격루트를 쉽게 읽히기 십상이다. 스리톱의 변화무쌍한 움직임과 위치변화가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주의해야할 또다른 사항은 2명의 윙포워드와 2명의 사이드 미드필더가 너무 측면에만 치우치면서 충돌할 경우다. 이럴 경우 측면 공격이 원활하게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 숫자까지 부족해 자칫 주도권을 내주기 쉽다. 따라서 윙포워드를 안쪽으로 오므리면서 측면 미드필더에게 사이드로 벌려 사이드 어택을 맡거나, 반대로 윙포워드들을 사이드로 넓게 벌리며 측면 공격을 주도하고 측면 미드필더들은 안으로 오므리면서 중원싸움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림2] 참조).
[그림2]
수비에서는 상당히 큰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윙포워드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이 이뤄지지 못하면 상대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스리톱 중 윙포워드 2명이 미드필더에 가담하지 않고 상대진영에서 어슬렁 거린다면 결국 수비수 3명과 미드필더 4명만 남게 된다. 스리백의 최대 약점인 측면 뒷공간도 내주게 되는 동시에 미드필더 숫자가 부족해 경기 주도권마저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본프레레 감독시절 대표팀이 수비에서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가 컸다.
2002년 한국대표팀의 윙포워드는 설기현·박지성 등 `체력맨'들이었다. 가장 많이 뛰면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하기 때문에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중 체력이 가장 좋은 두 선수를 윙포워드에 세운 것이다. 만일 아드보카트 감독이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스리톱을 쓴다면 윙포워드를 맡을 선수는 체력이 강하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를 세울 것이다. 현재 대표팀의 윙포워드 자원은 설기현·박주영·박지성·차두리·이천수 등으로 압축된다. 이들 모두 독일월드컵에 출전하고 싶다면 강한 체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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