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전술이론

[스크랩] 김학범 감독의 4-3-3 해부

용의꿈 2014. 11. 1. 12:31

4-3-3, 그 알파와 오메가  
김학범(성남 일화 감독, 2006. 1. 24 작성)

4-3-3, 그 변화무쌍하고 오묘한 시스템의 비밀
아드보카트 감독이 드디어 포백을 본격적으로 실험하기 시작했다. 지난 그리스전 직전 인터뷰에서 "상황이 바뀌어도 포백을 끝까지 유지하겠다"고 말한 것은 포백에 대한 그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목이다. 즉 스리백보다는 포백이 좋다는 뜻이다.
공격에서도 아드보카트 감독의 선호도는 스리톱이다. 다소 포지션이 고정적이고 변화가 적은 투톱보다는 원톱부터 투톱을 거쳐 스리톱까지 자유롭게 변할 수 있는 스리톱으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공격의 흐름이기도 하다. 수비는 조직력과 반복 훈련으로 단단해지고 공격은 변화무쌍한 움직임과 선수들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강해지는 것이다.

4-3-3의 2대 특징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등 세계적인 팀들이 모두 스리톱과 포백으로 이뤄진 4-3-3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대체 4-3-3에는 어떤 매리트가 있어서 소위 `잘 나간다'는 모든 팀들이 이것을 선호할까.
4-3-3의 가장 큰 장점은 크게 2가지다. 첫번째는 공수에서 모두 수적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며 두번째는 미드필더를 유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공격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
일단 공격에서 수적우위를 차지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4-3-3에서 공격시 수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①스리톱 자체의 변화=우선 스리톱은 투톱에 비해서 공격수가 한명 많다. 스리톱의 생명은 변화다. 즉 스리톱끼리 서로 자리를 바꾸면서 움직여야만 상대 수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처음 시작할 때야 물론 자기 자리가 있지만 경기 중에 측면 공격수(윙포워드)가 중앙으로 파고 들거나 반대로 중앙 원톱이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식이다. 이렇게 움직여야만 상대 수비가 혼란을 겪으면서 틈이 벌어지게 된다. 반대로 스리톱이 (좌우로 움직이지 않고) 자기 자리만 지키면서 앞뒤로만 움직이면(소위 기찻길 움직임) 상대 수비는 자기 자리만 잘 지키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안정적으로 변한다.

②미드필더의 공격 가담=스리톱이 포지션 구애없이 움직이는 사이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틈을 미드필더가 침투하면서 골을 노리는 식이다〈그림 1〉.
이때 미드필더는 3명의 공격수보다 마크를 덜 받는 제4의 공격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상대 수비는 허를 찔리기 쉽다.




③풀백의 활발한 오버래핑=스리톱의 변화무쌍한 움직임과 미드필더의 순간적인 공격가담만 잘 이뤄져도 사실 좋은 공격이 나온다. 공격하는 숫자가 최소 3명에서 최대 6명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4-3-3은 한술 더뜬다. 바로 포백의 측면 수비수(풀백)의 오버래핑이다〈그림 2〉. 공격수 3명, 미드필더 2~3명, 게다가 좌우풀백까지 합하면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는 순간적으로 무려 7~8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공격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려면 만능 수비형 MF가 필수
공격수가 많으면 수비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풀백까지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할 때에는 수비를 맡는 선수는 중앙 수비수 2명, 오버래핑을 하지 않은 반대편 풀백 1명, 수비형 미드필더 1명 등 4명뿐이다. 즉 상대에게 도중에 볼을 빼앗길 경우에는 역습에 의한 실점을 하기 쉽다는 뜻이다. 그래서 4-3-3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수비형 MF다.

수비형 MF의 본연의 임무는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이라도 제대로 하면 쓸만한 수비형 MF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4-3-3의 수비형 MF는 몇가지 임무를 더 수행해야한다. 때로는 포백 사이를 뚫고 수비라인까지 내려와 두터운 수비벽을 이루는 최종 수비수 역할을 해야한다. 게다가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할 경우 상대 공격수를 1차적으로 차단하는 능력까지 갖춰야한다. 마지막으로 공격으로 나갈 때 수비와 공격을 연결하는 패싱력까지 있어야한다.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못하는 것이 없어야한다는 뜻이다.〈그림 3〉

4-3-3을 쓰는 아인트호벤이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오르며 한창 잘 나갈 때 스위스대표팀 출신 요한 포겔이 바로 수비형 MF를 맡아 1인다역을 넉넉히 수행했다. 지금 우리대표팀에서는 이호가 집중적으로 이런 테스트를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수비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방법
다음은 수비다. 일단 포백을 쓰는 만큼 스리백보다는 측면 공간을 허용할 위험성은 적다. 하지만 수비수가 많다고 수비가 튼튼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수비라인에 아무리 수비수가 많아도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리면 경기 주도권을 내준 채 이리저리 휘둘리기 때문이다. 미드필더가 3명 뿐인 4-3-3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미드필더를 강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윙포워드의 미드필더 가세다. 수비시에는 양쪽 윙포워드 2명이 미드필더에 가세함으로써 미드필더 숫자를 5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즉 4-3-3이 수비 때에는 4-5-1로 변하는 것이다〈그림 4〉 .
포백 수비수와 미드필더 5명이면 웬만한 팀들도 쉽게 뚫을 수 없다. 반대로 윙포워드가 미드필더에 합류하지 못하면 미드필더는 고작 3명뿐이라 상대 4~5명의 미드필더에게 농락당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윙포워드로서는 체력을 기본적으로 갖춰야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대표팀에서 설기현·박지성 등 체력적으로 뛰어난 선수들이 이 자리를 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화무쌍한 미드필더의 변화

4-3-3의 또다른 매력은 미드필더진의 다양한 변화다. 다른 시스템에서는 미드필더진이 거의 고정적이지만 4-3-3은 상대와 상황에 따라 미드필더를 180도 바꿀 수 있다. 일단 공격적으로 나갈 때는 3명의 미드필더를 역삼각형 형태로 세운다〈그림5〉 . 수비형 미드필더 1명을 축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2명을 세우는 식이다. 물론 수퍼급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미드필더 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그리스전에서 한국이 이호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고 백지훈·김두현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시키면서 역삼각형 형태를 취했으나 그리스에게 밀린 것도 이런 이유다.

반대로 미드필더진을 삼각형 형태로 바꿀 수도 있다. 즉 수비형 미드필더를 2명을 세우고 공격형 미드필더를 1명 두는 형태다. 물론 역삼각형에 비해 수비적인 형태. 상대가 더블 플레이메이커를 세우거나 상대 플레이메이커를 1대1로 막기 어려울 때 쓰는 형태다. 〈그림 6〉

 


4-3-3의 성공요건은?
앞서 말한 것을 정리해보자. 4-3-3은 공수에서 모두 수적우위를 점하면서 다양한 미드필더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공격에서는 미드필더와 풀백의 공격가담으로 수적우위를 점하고 수비 때에는 윙포워드의 미드필더 합류로 4-5-1로 변한다. 그리고 미드필더진을 삼각형으로 세우느냐, 역삼각형으로 세우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팀전술이 변한다. 4-3-3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공격과 수비를 모두 능하게 할 수 있는 수비형 MF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할 수 있는 강철체력을 갖춘 윙포워드다.
우리대표팀이 해외전지훈련을 통해서 지금까지 써온 3-4-3에서 세계 최고팀들이 즐겨 쓰고 있는 세련된 4-3-3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길 바란다.

출처 : 축구전술이론과이해
글쓴이 : 벌레물린사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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