숩키딘 FIFA 심판강사“심판-심판평가관, 균형과 신뢰가 중요”
숩키딘 모드 살레(50, 말레이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강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4일부터 8일까지 천안상록리조트에서 2016년도 심판평가관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 강사로 참여한 숩키딘 모드 살레(50, 말레이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강사를 만나 심판평가관 교육의 의미와 한국 심판에 대해 물었다.
숩키딘 강사는 목이 쉬어 있었다. 라마단(이슬람력의 9번째 달, 금식 성월) 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 잡힌 교육이었기에, 한 달 가까이 금식을 해온 상태였다. 하지만 숩키딘 강사는 “문제 없다. 한국에서 이드 알피트르(라마단 종료를 축하하는 명절)를 축하하게 됐다”며 즐거워했다.
지친 기색 없이 열정적으로 수업을 진행한 숩키딘 강사는 수강생들과 함께 영상을 관찰한 뒤, 직접 동작을 재연해보이기도 했다. 수강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었다. 숩키딘 강사는 지난해 여름에도 한국을 찾아 심판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숩키딘 강사는 한국 심판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간단한 경력 소개를 부탁한다.
1990년에 심판이 됐고, 1996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했다. FIFA 심판으로 활동한 것은 2000년부터 2011년까지다. ‘2010 남아공월드컵’을 포함해 많은 FIFA 주관 대회에서 심판으로 뛰었다.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4 중국 아시안컵’도 참가했다. 2011년 은퇴 후로는 FIFA 심판강사이자 FIFA 심판위원으로 쭉 활동해오고 있다. FIFA 회원국에 방문해 심판 또는 심판평가관을 대상으로 강습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을 돌아다녀야 할 것 같다.
그렇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오세아니아 국가들을 방문했다. 솔로몬제도, 파푸아뉴기니 등을 방문해 심판 강습을 했다. 한국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9일에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는데, 잠깐 집에 갔다가 바로 다음날 수도인 쿠알라룸푸르로 가야 한다. 다른 강습이 예정돼 있다.
-이번 심판평가관 교육의 주된 내용은 무엇인가?
우선 새 시즌부터 적용되는 경기규칙이 바뀐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설명이 이뤄진다. 또한 심판평가 방법과 보고서 작성에 대한 것들도 다룬다. 심판평가관은 말 그대로 심판을 평가하는 일을 하는데, 궁극적으로는 심판이 어떻게 바른 판정을 내리고 어떻게 더 좋은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을 지에 관해 도움을 주는 일이다. 좋은 심판이 있기 위해서는 좋은 심판평가관이 필요하다.
-수업 분위기는 어떠한가?
똑똑하고 경험 많은 수강생들이다. 참여도 적극적으로 한다. 나는 원래 나 혼자 이야기하는 것보다 수강생들과 소통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선호하는 편이다.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한국의 기존 수업 분위기에서는 토론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점차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아직 이야기하는 사람만 계속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 수줍어하는 사람도 있다. 더욱 활발한 토론 분위기가 이어졌으면 좋겠다.
대
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실시한 2016년도 심판평가관 교육 모습.
-심판을 지도하는 것과 심판평가관을 지도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심판평가관은 심판 경험과 관련 지식이 많고 연령대도 비교적 높기 때문에 가르치거나 받아들이는 방법 면에서 심판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심판과 심판평가관이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도록(on the same page)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심판 교육과 심판평가관 교육에 있어서도 균형이 필요하다. 같은 상황에 대해 같은 판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심판평가관끼리도 마찬가지다. 만약 심판이 시뮬레이션 판정을 내렸는데, 어떤 심판평가관은 그 판정이 맞다하고, 어떤 심판평가관은 그 판정이 틀리다하면 어떻겠나. 심판평가관과 심판의 신뢰가 깨질 수밖에 없다. 심판평가관은 심판의 존경을 받아야하는 자리기 때문에 보다 관련 지식이 풍부해야 한다.
-여러 FIFA 회원국을 방문하며 많은 심판들을 만나봤을 것이다. 한국 심판들의 수준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한국에도 좋은 심판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김종혁 주심은 매우 좋은 능력을 가진 심판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경쟁자들 역시 그와 비슷한 혹은 더 좋은 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랍샨 이르마노프(우즈베키스탄)를 비롯한 다른 심판들과 겨루기 위해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10위 안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전과 시도를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국 심판들은 다른 나라 심판들에 비해 스스로를 어필하지 않는 것 같다. 더 자신의 능력을 드러냈으면 한다.
-경기규칙이 대폭 개정됐다. 아직 비디오 판독 도입 등의 이슈도 남아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심판이나 심판평가관이 가져야할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과학기술의 도입은 장단점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비디오 판독 도입은 심판의 판정을 도울 수도 있지만, 방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심판이 페널티킥 판정을 내렸는데 비디오 판독을 통해 판정이 번복될 경우, 심판은 이후의 판정 상황에서 주눅들 수밖에 없다. 반칙 상황이 페널티에어리어 안이냐 밖이냐 정도를 판독하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반칙 여부 자체를 판가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를 비롯해 몇몇 국가에서 시범 운영을 하니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되 중심은 잃지 말아야 한다.
글=권태정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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