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수의 축구 심리학]선수 리더십을 만들어라!
AFC 2015 아시안컵에서 차두리는 비공식 리더로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팀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팀에 에이스는 없어도 중심을 잡아 줄 리더는 필요하다”는 말처럼 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의 리더십은 지도자의 리더십만큼이나 중요하다.
흔히 그라운드 위에서는 선수가 감독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발휘하는 리더십은 벤치의 리더십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도자라면 선수 리더십을 이끌어 내야한다. 필승전략이 있고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이 있다 해도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없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경기장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준비한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서는 선수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선수 리더십 만들기는 지도자가 쉽게 할 수 있는 팀 빌딩(team building: 팀을 팀답게 만들기 위해 지도자가 팀의 응집력을 높이는 과정) 전략의 하나다.
선수 리더십의 나쁜 예와 좋은 예
막강한 선수 리더십은 나쁜 방향으로 향하기 쉽다. 지도자의 지도스타일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 ‘나쁜’ 선배 선수가 도를 넘는 반항을 계획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나쁜 선배 선수는 후배들을 모아놓고 경기에서 일부러 패하자는 말을 한다. 선배의 권력을 잘 아는 후배들은 그 지시를 따른다. 다음날 경기에서 팀은 패하고 그 이유는 선수들 사이에 비밀로 남는다. 선배가 가진 권력이 지도자의 지도력을 덮어 버리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좋은 사례도 물론 존재한다. 손주가 태어나면서 할아버지가 된 감독을 축하하기 위해 주장을 중심으로 아기 어르기 세리머니를 기획한 것은 지도자에게 보답하기 위해 선수 리더십이 살아난 좋은 사례다. 경기 중 경고 누적으로 선수가 퇴장을 당한 상황에서도 선수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주장을 따라 더 많이 뛰고 그물망 수비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감독이 벤치를 지키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선수들이 오히려 분발하는 것도 선수 리더십의 증거다. 선수들은 감독이 없어서 경기에 패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주장의 독려 속에 더욱 분발하고, 그 결과로 우승컵을 들어올리기도 한다.
선수 리더십 키우기 원칙
첫째, 비공식 리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라
비공식 리더란 주장은 아니지만 그에 버금가거나, 주장보다 영향력이 큰 선수를 말한다. 비공식 리더가 갖고 있는, 보이지 않는 막강한 힘은 어느 방향으로든 향하게 마련이다. 나쁜 방향으로 간다면 팀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주장의 리더십에 호응하지 않는 선수들이 비공식 리더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주장의 리더십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주장이 비공식 리더의 눈치를 보게 될 수도 있다.
비공식 리더를 공식적 지위로 높여주면 상승효과가 나타난다. 비공식 리더가 갖고 있는 노하우를 팀에 활용할 수 있다. 주장 부재 시, 주장을 대신해서 팀을 이끄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 비공식 리더는 자신이 인정받는 것으로 인해 책임감과 기여도가 높아진다. 또한 비공식 리더를 인정해주면 파벌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도 있다. 주장의 막중한 책임감을 비공식 리더가 덜어주며 힘을 합하는 좋은 전통을 만들 수 있다. 한 마리 말보다 두 마리 말이 협력해서 끄는 마차가 믿음직하지 않겠는가?
둘째, 중간 리더를 정하라
중간 리더란 경력이나 나이 등에서 중간 위치에 있고, 팀의 분위기를 이끌며 장차 공식 리더가 될 수 있는 선수를 말한다. 중간 리더는 두 명 정도가 적당하다. 이들의 임무는 훈련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이다. 주장이나 비공식 리더가 지시를 했을 때 중간 리더는 파이팅이나 박수 등으로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지도자가 훈련 미션을 줄 때도 중간 리더가 나서서 분위기를 살린다. 누군가 '아 또 훈련이야, 지겹게'라는 부정적 감정을 누군가 표출한다면 전체 훈련 분위기는 무거워진다. 억지로 끌려가는 분위기가 생긴다. 이때 중간 리더가 나서서 '아자, 파이팅'을 외친다면 순식간에 팀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변하게 된다. 중간 리더가 바람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후배 선수들도 몇 년 후면 중간 리더가 될 것이다. 중간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미래에 주어질 주장의 임무를 배울 수도 있다.
셋째, 선수 리더십 ‘임무카드’를 게시하라
임무카드는 자신의 임무를 책임지고 수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주장(공식 리더), 비공식 리더, 중간 리더의 임무가 무엇인지 지도자와 선수가 모여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미팅을 통해서 결정된 임무를 카드에 적어 휴대하게 하고 잘 보이는 곳에 게시한다. 라커 문에 붙여 둘 수도 있고, 팀 숙소나 회의실에 게시할 수도 있다. 누가 어떤 임무를 하는지 모든 선수와 지도자가 알게 하는 효과가 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7월호 'MINDSE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김병준(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
사진=FAphotos
가상으로 임무 카드를 만든다면 위와 같은 내용을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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