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수의 축구 심리학]
구체적으로,긍정적으로,목표를 세우자!
리오넬 메시, 박지성처럼 우수한 선수들은 개인적인 목표를 100개까지 세운다.
이 칼럼은 시즌 동안 선수들이 주로 호소하는 심리적인 문제들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6월호에서는 목표설정과 관련하여 자신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목표’에 대해 다룬다.
팀 목표와 개인 목표를 구분한다
“제 목표는 팀의 우승입니다.” 이런 인터뷰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내용을 의구심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이 말에는 큰 오류가 있다. 바로 선수들이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팀 목표를 개인 목표로 혼동하여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팀 목표와 개인 목표는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좋다. 승리와 우승이라는 팀의 목표가 있다면 세부적으로 선수 개인이 승리를 위해서 기량, 임무, 자기 관리를 어떻게 할지 계획해야 한다. 개인의 세부적인 목표 없이 팀의 목표와 자신의 목표를 동일시 할 경우 선수는 팀 결과에 흔들리고 자신은 어디로 성장해 가야 할지 길을 잃는다.
팀 목표와는 별도로 선수 자신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스스로의 목표를 세부적으로 설정하고 달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실력이 향상되고 나아가 팀의 성장에도 기여한다. 발롱도르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리오넬 메시는 2013년 “언제나 그렇듯 목표는 팀의 우승이지만 시즌 100골을 넣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팀 목표와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목표 설정의 사다리론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대개 우수한 선수들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의 목표를 많게는 100개까지 세부적으로 설정한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듯 단계별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과연 프로 축구선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프로 축구선수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목표 설정의 사다리’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알아보자.
프로 축구선수라는 궁극적인 꿈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과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들은 중간 목표가 되고 다시 이 과제를 토대로 새로운 과제를 달성한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들은 ‘기술 숙달’, ‘체력 증진’, ‘자신감 향상’이라는 과제들을 달성해야 ‘팀에서 활약하기’라는 새로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 ‘팀에서 활약하기’라는 중간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면 결국 ‘프로 축구선수’라는 궁극적인 목표에 달성할 수 있다.
기본기가 약하고 체력 수준이 약한 선수가 단번에 프로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최종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선 여러 단계들을 밟아야 하고 이 단계마다 세부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해야 한다. 항상 작은 목표의 사다리를 한 계단씩 올라간다고 생각하자. 한발 한발 목표의 사다리를 타다 보면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홍정호와 같은 수비수는 ‘골을 먹지 말자’ 등의 부정적인 목표를 설정하면 안 된다. 골을 먹으면 죄인이 된다.
'좋은 목표'가 나를 발전시킨다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얼핏 보면 매우 좋은 말처럼 보일 수 있으나 목표 설정의 관점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그리 좋은 목표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좋은 목표란 무엇일까? 목표 설정과 관련하여 ‘SUPI 원칙’을 따라야 좋은 목표라 할 수 있다. 다음 SUPI 원칙을 지키면 최선을 다하자는 목표에 비해 16퍼센트 정도 더 성취할 수 있다. 10골 중에 1~2골을 더 넣을 수 있다는 의미다.
<좋은 목표를 만들기 위한 SUPI 원칙>
Specific : 목표는 구체적으로 세운다.
Under your control :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운다.
Positive : 목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운다.
Ink it, don’t think it : 목표는 생각만 하지 말고 기록한다.
첫째, 무엇에 최선을 다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좋은 목표란 객관적인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목표에서 시작된다. ‘경기 중 동료와 의사소통을 10회 이상 하겠다’, ‘주 3일 이상 러닝을 실시하겠다’와 같이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무책임한 목표가 되기도 한다.
둘째, 자신이 통제 가능한 목표를 세운다. ‘누구보다 더 잘하겠다’와 같은 목표는 상대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좋은 목표가 아니다. ‘위치 선정을 잘하겠다’ 혹은 ‘내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와 같이 경기 중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목표를 세워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셋째, 목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세운다. ‘골을 먹지 말자’ ‘실수하지 말자’는 수비수가 흔히 세우는 목표다. 방향이 부정적이다. 골을 허용하거나 실수를 하면 수비수는 죄인으로 변하고 위축된다. 목표를 부정적으로 세웠기 때문이다. 목표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을 하지 말자’와 같이 부정적인 목표는 실수를 암시하는 말이다. ‘성공 이미지를 그리자’와 같이 긍정적 방향의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 수비, 빠른 역습', '성공 장면 상상'과 같이 긍정적 방향의 목표를 세워야 집중력, 자신감을 키울 수 있다.
넷째, 생각만 하지 말고 목표를 기록하라는 말은 목표 설정의 원칙에 중요하게 포함되는 내용이다. 목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기록하는 것만으로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내 생각을 바로잡을 수 있다. 나만의 다이어리, 노트, 지갑 속 작은 목표 카드에 목표를 기록하는 것은 당장은 작지만 미래에 큰 혜택을 주는 좋은 습관이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Mindse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김병준(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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