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커버 플레이와 간격 유지, 올림픽 8회 연속 진출의 원동력

용의꿈 2016. 6. 16. 08:57


커버 플레이와 간격 유지,

올림픽 8회 연속 진출의 원동력



좋은 성적은 노력 없이 나오지 않는다. 치열한 훈련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ONSIDE>가 감독의 훈련일지를 살짝 열어봤다. 결정적인 장면을 이끌어낸 결정적인 ‘그 훈련’을 찾기 위해서다. 두 번째는 2016 카타르 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본선 8회 연속 진출이라는 r기록을 세운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훈련 일지다.

권창훈의 세 번째 득점 (2016. 01. 16, U-23 챔피언십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 vs 예멘)

물 흐르듯 이어지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한 패스, 그리고 권창훈의 결정력이 빛을 발했다. 전반 41분 한국의 공격 상황에서 황희찬이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중앙으로 내준 패스를 류승우가 이어받았고, 류승우가 이를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해 들어오는 권창훈에게 연결했다. 권창훈은 호쾌한 오른발 슈팅으로 팀의 세 번째 득점이자 자신의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공격 패턴 훈련

신태용 Says
- 왜 이 훈련을 실시했나?
“대회를 준비하면서 공격 패턴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축구는 90분 내내 똑같은 장면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패턴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일단은 커버 플레이에 초점을 맞췄다. 쉽게 말해 한 선수가 자신의 자리에서 빠져서 들어가면 다른 선수가 메워주고, 이 선수가 빠지면 또 다른 선수가 메워주는 형태다. 0.1초의 빈틈이 생기면 상대 수비진은 이 틈을 노린다. 반면 우리가 0.1초를 먼저 움직이면 상대 수비진이 흐트러진다. 공격 상황에서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여야 하는 건 당연하다. 예멘전에서 나온 권창훈의 세 번째 골은 선수들의 오차 없는 움직임과 높은 패스의 질이 돋보인 장면이다.”

- 코칭 포인트는?
“패스의 질, 움직임의 타이밍, 크로스의 선택, 골 결정력이다. 가장 핵심은 패스의 질이다. 패스의 질이 좋아야 2선 공격수들의 공간 창출이 용이하다. 골 결정력은 1선에 있는 선수들이 수비수를 끌고 나가며 생긴 공간을 활용해 뒤에서 들어오는 선수들이 마무리하는 걸로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 패스의 질이 좋아야하는 건 당연하기에 이 훈련은 예멘전 치르기 전에 별도로 진행했다.”

- 패스 훈련은 별도로 어떻게 진행했는지?
“‘티키타카(Tiki-Taka)’ 패스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 패스를 주고 서 있지 말고, 패스를 준 자리로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은 패스를 주고 가만히 서 있는 경향이 있다. 내가 원하는 축구는 패스를 주고 어떻게든 움직이라는 것이다. ‘티키타카’는 계속 다듬어나갈 필요가 있다.”

권창훈 극적인 결승골 (2016. 01. 26, U-23 챔피언십 4강전 대한민국 vs 카타르)

1-1로 팽팽하게 맞서던 후반 44분 권창훈이 기적 같은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슬찬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내준 땅볼 크로스를 권창훈이 넘어지면서 왼발을 갖다 대 상대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상대 수비가 밀집한 좁은 지역에서 간격을 유지하는 훈련을 통해 나올 수 있었다.


반코트 공수 훈련

신태용 Says
- 왜 이 훈련을 실시했나?
“내가 좋아하는 훈련이다. 좁은 공간에서 공격과 수비를 다지는 것이다. 공격만 놓고 볼까? 그라운드를 반코트로 만든 뒤, 이 안에 선수들이 다 들어간다. 핵심은 이것이다. 간격 유지, 위치 선정, 커뮤니케이션이다. 선수와 선수 간의 간격은 최소 15미터, 최대 25미터를 넘지 않는 걸로 했다. 또 사이드에서 한 선수가 돌아서 나가면 다른 선수가 커버 플레이를 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게 현대 축구에서 필요한 부분들이다. 권창훈의 골 장면도 자세히 보면, 골문 앞에 상대 수비가 밀집해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이 간격 유지를 잘했고, 권창훈의 위치 선정도 좋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 코칭 포인트는?
“커뮤니케이션, 측면 커버 타이밍, 스리백과 포백 시 상황에 따른 대처능력, 2블록 형성 등을 들 수 있다. 훈련할 때 사이드 라인에 맞춰 15미터 간격으로 콘을 심어놓고, 이 15미터 간격을 유지해 앞서 말한 코칭 포인트들을 모두 실험했다. 선수들이 움직이다가도 라인에 심어진 콘을 보고 간격이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알아서 좁혀 움직인다.”

- 올림픽 대표팀이 본선에 오르는데 가장 도움이 된 훈련은?
“이번 대회를 돌이켜보면, 1선에서 골을 넣은 것보다 2선에서 골을 넣는 장면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 공격 패턴 훈련과 ‘티키타카’ 패스 훈련이 2선에서 빠져 들어가는 공간을 창출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공수 훈련을 통해서는 상대 수비가 밀집한 상황에서 간격 유지 및 위치 선정에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건, 볼을 동료에게 주고 나서 절대 내 임무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거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볼 점유율이나 패스 질이 나빠지는 건 패스를 주고 서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앞서 설명한 모든 훈련의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COACHING NOT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안기희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