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강철의 전술학개론]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의 명과 암

용의꿈 2016. 6. 15. 13:59

[강철의 전술학개론]‘선(先) 수비 후(後) 역습’의 명과 암


성남의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은 황의조, 티아고가 있어 가능하다.


황선홍 감독과 함께 포항 스틸러스에서 물러난 강철 전 코치가 올해부터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황 감독을 보좌해 부산 아이파크(2008~2010)와 포항 스틸러스(2011~2015)에서 코치로 활약한 그는 포항의 전성기를 뒷받침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ONSIDE> 독자를 위해 전술 팁을 전해주기로 했다. 그의 다섯 번째 레슨은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이다.

내가 포항에서 황선홍 감독을 모시고 코치를 할 때도 선 수비 후 역습을 종종 사용했다. 전북 현대나 FC 서울과 상대할 때 그랬다. 선수 구성상, 혹은 경기의 특성상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택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선 수비 후 역습은 경기를 구상하는 큰 그림, 전략이다. 선 수비 후 역습이 전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포메이션을 통해 수비를 탄탄히 할지, 역습은 어떠한 패턴으로 할지, 이에 따라 선수 구성은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전술이다.

선 수비 후 역습은 수비 라인 컨트롤과 역습의 완성도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상대를 꽁꽁 틀어막고 효율적인 역습으로 골을 넣어 이기는 경기가 반복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수비 숫자를 많이 둔다고 해서 실점하지 않는 건 아니다. 게다가 자칫 수비 라인을 완전히 내리게 되면 볼 점유율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며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역습을 전개하기도 어려워진다.

선 수비 후 역습, 선수 구성에 달려있다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가장 잘 사용하는 팀이 성남 FC다. 성남은 과거 포항이 좋은 모습을 보일 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날카로운 역습을 위해서는 볼을 간수할 줄 아는 스트라이커와 빠른 측면 자원이 필요하다. 성남은 황의조가 전방에서 볼을 받아주며 동료 선수들이 올라오는 시간을 벌어준다. 그리고 스피드와 슈팅이 좋은 티아고가 해결사 역할까지 도맡는다. 또한 중원에는 영리한 김두현과 전방으로 볼을 길게 투입할 수 있는 이종원이 버티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올 겨울에 팀을 잘 만든 것 같다. 수비진이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는 것안 아니지만 나름대로 훌륭하다.

선 수비 후 역습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선수 구성상 잘되면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전략이다.


U-19 대표팀이 역습을 조금 더 다듬으면 U-20 월드컵에서 더 나은 성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유소년 축구에서의 선 수비 후 역습은 옳은가?

어려운 문제다. 프로 무대는 성적이 최우선이지만 유소년 축구는 선수 개개인의 발전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학원축구와 클럽축구가 조금 다르다. 학원축구는 성적을 내야 선수들을 진학시킬 수 있다. 반면 클럽 산하 유스 팀은 프로 팀으로 데려갈 선수를 육성하는 게 주 목적이다.

그럼 자신이 학원축구 팀의 감독이라고 한번 생각해보자. 막강한 유스 클럽 팀을 상대로 정상적으로 맞부딪힌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러면 전략적으로 선 수비 후 역습을 택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선수 구성과 경기 특성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을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클럽 산하 유스 팀은 성인 팀과 같은 포메이션과 전술을 동일하게 적용해 클럽의 철학에 맞는 선수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막을 내린 수원 JS컵 U-19 국제청소년축구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U-19 대표팀의 ‘선 수비 후 역습’ 혹은 ‘수비축구’를 비난하는 의견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제주 전지훈련부터 U-19 대표팀의 훈련과 경기를 꾸준히 봐온 나는 안익수 감독의 선택을 존중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감독을 잘 따르고 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안 감독의 숙제(체력훈련)를 성실히 수행하고, 운동장에서 열정적으로 뛰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내년이 더 기대된다.

다만 앞으로는 수비 훈련 비중을 조금 줄이고 역습을 날카롭게 다듬는 훈련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역습을 세련되게 만들어 낸다면 내년 U-20 월드컵에서 큰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MASTER-CLASS'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술=강철(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정리=오명철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