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KNOW-HOW] 김보경의 스루패스

용의꿈 2016. 6. 14. 15:35

[KNOW-HOW] 김보경의 스루패스



김보경은 전북 현대 공격의 시발점이다. 넓은 시야와 정교한 테크닉으로 적재적소에 스루패스를 찔러준다. 상대 수비를 단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김보경의 위력적인 스루패스는 전북 현대의 비상(飛上)을 이끄는 날개다.

이미지 트레이닝

“정확한 스루패스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경기 영상을 최대한 많이 보려고 한다. 주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나 차비 에르난데스의 패스 영상을 찾아본다. 이게 바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고 훈련이나 경기에 나가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생각했던 것들을 시도할 수 있다. 자연스레 이미지가 그려지는 셈이다. 물론 현장에서 시도하는 플레이가 100% 맞아 들어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수가 나올 수도 있고, 생각했던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자책하기 보다는 ‘왜 그런 실수가 나왔지’라고 생각하고 보완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스루패스뿐만 아니라 어떤 플레이든 발전 지향적으로 생각하고 임해야 제대로 할 수 있다.”

타이밍

“사실 타이밍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일단 내 스루패스를 받아줄 같은 팀 동료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 생각과 동료의 생각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다. 그러기 위해선 팀 동료의 사인을 빠르게 읽어내는 게 중요하다. 이런 호흡은 당연히 반복적인 훈련으로 맞춰봐야 한다. 모든 선수와 다 맞을 수는 없기에 반복적인 훈련으로 확률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내가 스루패스를 할 때 0.5초에서 1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날 경우 오프사이드가 되거나, 상대 수비 발에 걸릴 수 있다. 패스 훈련과 퍼스트 터치 훈련을 꾸준히 해주면 좋을 것 같다.”

이동 트래핑 훈련

“스루패스를 잘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트래핑 훈련과 패스 훈련도 필요하다. 나는 주로 볼을 받을 때 이동 트래핑을 하면서 볼을 잡은 뒤, 시야를 넓게 잡아 패스하는 훈련을 주로 한다. 스루패스는 논스톱으로 하거나 투터치로 시도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양 발로 이동 트래핑을 하는 연습을 자주 하면 좋다. 단번에 잘하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꾸준하게 반복해서 이 훈련을 하다 보면 어느새 눈과 머리와 발이 서로 일체가 되어가는 걸 자기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대 수비 파악

“상대의 수준급 수비수들은 한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 이 선수가 어떻게 패스할지 예측을 한다. 반면 그냥 뺏으려는 선수들도 있다. 스타일은 제각각이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나를 막는 수비수가 예측을 해서 볼을 뺏는 스타일인지, 저돌적으로 마크하는 타입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를 알아야 한다. 경기 전에 미리 알게 되면 좋지만, 경기 중에 부딪혀 보면서 알게 될 수도 있다. 스루패스를 넣으려는 입장에서는 상대 수비수의 생각을 한 단계 뛰어넘는 생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경험을 쌓는 일이 중요하며, 앞서 말한 이미지 트레이닝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멀티 포지션 경험

“멀티 포지션을 경험해봤다면 스루패스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도 서봤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서봤다. 중앙과 사이드를 오가면서 서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위치에 따라 시도할 수 있는 스루패스의 성질이 다를 것이다. 사이드에서 넣는 스루패스나 중앙 미드필드에서 넣는 스루패스는 할 수 있는 방법이 다르다. 다양한 포지션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경기에서 공격 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이 많아진다고 보면 된다. 확실한 건 경험이 독이 되지는 않는다. 분명 약이 된다. 멀티 포지션은 약이 되는 경험이다.”

자신감

“내 플레이는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다. 실패를 거듭한다고 해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 스루패스가 잘 되지 않을 때, 혹은 실수가 나올 때 냉정히 이를 돌아보면 좋다. 왜 실수가 나왔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빠르게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주위 동료들이나 지도자 선생님들로부터 조언을 들어봐도 좋다. 문제점을 파악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 다음 경기 때는 조금 더 나아진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은 행동보다 빠르다.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모두 생각이 빠르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자신감을 잃지 마라. 그래야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KNOW-HOW'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 안기희
사진 =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