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시간 지연 행위, NO Mercy(자비는 없다)

용의꿈 2016. 6. 16. 09:02


시간 지연 행위,NO Mercy(자비는 없다)



지난 달 K리그에서 심판 판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한 판정을 강치돈 대한축구협회 심판 전임강사와 함께 알아봤다.

신세계의 퇴장, 왜?

5월 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의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9라운드 경기에서 일어난 일이다. 전반 39분 신세계(수원)가 스로인을 준비하고 있었다. 신세계는 지정된 스로인 지점에서 스로인을 하려는 듯하다 상대 진영으로 열 발자국 가량 전진하며 뜸을 들였다. 주심은 곧장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불과 2분 전 상대 선수에게 파울을 범해 옐로카드를 받았던 신세계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신세계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고, 수원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이 판정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다.

이미 4월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전북 현대와 수원 FC의 경기에서 후반 38분 이주용(전북)이 프리킥 상황에서 시간을 지연해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주용 역시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원칙 vs 운영의 묘

신세계의 퇴장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심이 원칙대로 판정을 내린 것이라는 평가와 운영의 묘를 살리지 못한 과한 판정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후자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옐로카드를 꺼내기 전에 구두 경고를 하는 것이 더 적절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주심의 판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한 엄격한 판정을 공언했다. 실제 경기 시간(Actual Playing Time)을 늘려 박진감 있는 경기를 하기 위해, 지난 시즌이라면 구두 주의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단호히 반칙을 선언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개막 전 각 구단에서 열린 심판 가이드라인 설명회를 통해 시간 지연 행위를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치돈 대한축구협회 심판 전임강사는 규정 자체에 무게를 뒀다. 2015/2016 경기 규칙 제12조 ‘반칙과 불법행위’에는 플레이 재개 지연 시 주심이 경고를 줘야 하는 상황이 명시돼 있다.

주심은 다음과 같이 플레이 재개를 지연시킨 선수에게 경고를 준다. 1) 주심에게 프리킥을 다시 하라는 지시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잘못된 위치에서 프리킥을 하는 행위 2) 스로인을 하려다가 갑자기 동료선수에게 넘겨주고 떠나는 행위 3) 주심이 플레이를 중단시킨 후 볼을 멀리 차거나 손으로 볼을 멀리 옮기는 행위 4) 스로인 또는 프리킥의 실시를 지나치게 지연하는 행위 5) 교체될 때 경기장을 떠나는 것을 지연하는 행위 6) 주심이 플레이를 중단시킨 후 볼을 의도적으로 터치하여 충돌을 유발하는 행위다.

강치돈 강사는 “신세계의 경우 스로인 또는 프리킥의 실시를 지나치게 지연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문제의 장면에서 3회가량 스로인 자세를 취하면서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다. 빨리 스로인을 하라는 주심과 대기심의 액션이 있었음에도 시간 지연 행위가 이뤄졌다. 명백히 경고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규정 숙지의 중요성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올 시즌부터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한 엄격한 판정을 공언한 만큼, 현장 지도자들과 선수들의 규정 숙지도 중요해졌다. 최영준 부산 아이파크 감독은 “훈련 시 선수들에게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한 주의를 준다. 올 시즌부터 경기 진행이 빨라지고, 플레이 중단 시 재개가 빨라지기 때문에 연습경기를 할 때도 그에 맞게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경기에서 앞서고 있을 때 더 유의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연하는 것이 반칙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인식하고 몸에 배야 실전에서 오해 받는 상황이 없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운영의 묘를 이유로 비교적 관대한 판정에 익숙해진 선수들로서는 하루 빨리 규정을 숙지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다만 심판의 재량에 따라 판정이 갈리는 데 대한 모호함은 남아있다. 최영준 감독은 “심판의 성향을 빠르게 캐치해 움직이는 기민함이 아직 한국 선수들에게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가 퇴장 당했던 경기에서 중계 해설을 맡았던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의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골키퍼의 경우 손으로 볼을 6초 이상 소유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데, 스로인 또는 프리킥의 경우 시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강치돈 강사는 “골키퍼의 반칙에 대해서는 과거 ‘4보 룰’이 존재했다. 볼을 소유하고 4보 이상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럼에도 시간 지연이 이뤄지자 ‘6초 룰’로 시간을 특정한 것이다. 축구에서 농구의 바이얼레이션과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간을 특정하기 보다는 심판의 재량에 맡기는 것이다. 몇 초를 지연시켰는가 보다는 스로인이나 프리킥 자세를 반복하면서 경기 재개를 하지 않는 행위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6월호 'THE JUDGE'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권태정
자문=강치돈(대한축구협회 심판 전임강사)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