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붉은’ 응원 속에 이뤄낸 ‘금빛’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의 금메달에 하나된 대한민국이 뜨겁게 들썩였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남자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일 오후 8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축구 결승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북한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8년만에 목에 건 금메달이다. 선수들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너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며 금메달의 감격을 누렸다.
벅찬 감격에 차오른 이들은 선수단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장을 관중들도 벅찬 감동을 함께했다. 결승전이 열린 문학경기장에는 무려 4만 7120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지난 9월28일 열린 한국과 일본의 8강전 경기 때 기록한 4만 3221명보다 4천 명 가량 많은 숫자였다. 축구 결승전은 이번 아시안게임 단일 경기 최다 관중기록을 세웠다.
최다 관중 수는 그만큼 금메달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컸다는 방증이었다. 경기 당일 오후 4시부터 현장판매 된 티켓을 사기 위해 축구팬들은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아 줄을 섰다. 결국 사전예매 표와 현장판매 분까지 대부분 판매되며 문학경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경기 도중 가을비가 흩날리며 제법 쌀쌀한 공기가 맴돌았지만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고 또 열정적이었다.
상대가 북한인만큼 경기장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맴돌기도 했다. 북한 선수단 응원단은 삼엄한 경비 속에 경기를 지켜봤다. 관중석 일부에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 ‘우리는 하나다’ 라고 쓰인 플랜카드를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이들은 남, 북 선수단에 힘을 불어넣으며 하나된 한반도의 모습을 기원했다. 응원단 주변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한국과 북한이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만난 것은 36년 만이다.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당시 함께 결승에 오른 두 나라는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대회에 승부차기 방식이 도입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승자를 가려야 했다. 한국과 북한 선수단의 신경전이 날카로울 수 밖에 없었다.
경기 초반부터 북한은 거칠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한국이 공격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이를 제지하기 위해 파울을 서슴지 않았다. 부상 선수도 나왔다. 전반 14분, 김철범의 거친 몸싸움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이재성(전북현대)은 어깨를 부여잡았고 결국 김영욱(전남드래곤즈)과 교체됐다. 전반 20분에는 이종호(전남드래곤즈)와 부딪힌 골키퍼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자 북한의 주장 장성혁이 이종호를 밀치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관중들은 북한 측의 거친 파울이 나올 때마다 야유를 보내며 한국 선수단에 힘을 실었다. 팬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한국은 투혼을 불살랐지만 골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북한의 순간적인 역습에 가슴이 철렁한 순간도 있었다. 후반27분, 림광혁의 강한 슈팅이 수비수를 맞고 골대 옆을 스쳤다. 관중석에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진 코너킥에서는 북한 심현진이 키커로 나서 긴 크로스를 올렸다. 박광룡은 이를 놓치지 않고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왔다. 팬들은 한국에 찾아온 행운에 환호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경기는 전, 후반 90분을 지나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지칠 법도 했지만 팬들의 응원소리는 전혀 잦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독려했다.
연장 후반 3분, 이종호 대신 김신욱(울산현대)이 투입되자 금메달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졌다. 김신욱을 필두로 김승대(포항스틸러스)와 이용재(V바렌나가사키)는 계속해서 골문을 두드렸고 팬들은 목청껏 ‘오 필승 코리아’와 ‘대한민국’을 불렀다.
그리고 연장전 30분의 시간이 모두 흐른 그 순간, 그야말로 극적인 골이 터졌다. 한국의 코너킥 상황에서 이용재가 슈팅을 시도했고 수비수의 손을 맞고 흐른 볼을 임창우(대전시티즌)가 골로 연결했다. 골이 터지자 모든 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뛰쳐나와 얼싸 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평소 큰 표정의 변화가 없던 이광종 감독 역시 감격과 환희에 찬 표정으로 선수들을 끌어안았다.
28년동안 묵혀있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한을 모두 털어낸 순간이었다. 붉은 함성으로 만들어낸 금빛 아시안게임은 그렇게 극적으로, 완벽하게 마무리 됐다.
인천= 김태경
사진=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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