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의 헤더 노하우는?
코어 트레이닝을 통해 밸런스를 잡고 목 근육을 단련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강한 헤더를 할 수 있다
전북 현대 공격수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는 매력적이다. 이미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검증된 실력이다. 그의 헤더는 197cm 장신이라는 ‘하드웨어’와 그만의 노하우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작품이다.
위치 선정
“자리를 잡는 방법에 따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미리 선점해 하는 헤더와 달려 들어가며 하는 헤더다. 위치를 미리 잡아놓고 하는 헤더는 몸싸움에 강한 선수들이 자주 사용하며 좀 더 정확하게 공을 목표 지점으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몸싸움을 할 때는 팔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공이 떨어질 곳을 미리 다리와 몸으로 지킨다. 심판 성향상 파울을 많이 불면 몸만 쓰고, 관대하다면 손도 함께 사용한다. 달려 들어가며 하는 헤더는 박주영이 대표적이다. 점프력이 좋은 선수들이 사용한다. 난이도 높은 기술이고 확률적으로 어렵다.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야 상대 선수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타이밍
“위치 선정은 실전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면 타이밍은 경험보다 훈련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에는 팬덤볼 훈련(공을 천장에 줄로 매달아 놓은 뒤 왔다 갔다 하는 공을 반복적으로 차는 것)으로 헤더 연습을 했다. 프로에 와서는 개인 훈련을 따로 했다. 울산 시절, 팀 훈련이 끝나면 수비수 이용에게 부탁해 크로스를 30~50개 정도 올려달라고 했다. 타이밍은 연습으로 커버할 수 있다. 타이밍을 잘 잡는 선수를 모방할 필요도 있다. 동료의 크로스 성향도 잘 파악해둬야 한다. 크로스가 날아오는 위치와 구질을 안다면 위치선정도 수월해지고, 골 넣기도 편하다.”
임팩트
“기본적으로 헤더는 허리를 이용해 하는 것이지만 목 근육도 중요하다. 나는 목을 많이 썼다. 코어 트레이닝을 통해 밸런스를 잡고 목 근육을 단련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강한 헤더를 할 수 있다. 헤더를 하는 부위는 보통 이마라고 배우지만 골을 넣기 위한 헤더는 조금 다르다. 골을 넣을 때는 이마뿐만 아니라 머리 옆 부분도 사용한다. 심지어 머리 뒤로 받아 넣을 수도 있다. 수많은 연애 경험을 통해 이상형을 발견하듯이 어디로 맞혀야 골을 잘 넣을지 찾아가야 한다. 나는 이마 왼쪽 부분에 맞히면 골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 강한 편이다.”
위치를 미리 잡아놓고 하는 헤더는 몸싸움에 강한 선수들이 자주 사용한다
키 크는 법과 몸 관리
“과학적이고 정확한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 내 경우에는 초중고 시절 합숙을 하지 않고 집에서 다닌 적이 많았다. 집에서 이것저것 잘 먹었던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숙소에서 먹는 밥은 한계가 있지 않나. 부모님이 보양식도 많이 챙겨주셨다. 요즘에도 개고기를 먹는데 나에겐 잘 맞는 것 같다. 그리고 키 큰 선수들은 특히 밸런스 훈련에 신경 써야 한다. 근육이 크고 회복이 느리기 때문에 몸의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차릴 필요도 있다. 몸이 가장 큰 무기이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어릴 때부터 헤더를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다. 발밑 기술에 집중해라.”
상대 수비수 파악
“브라질 월드컵을 예로 들어보겠다. 유럽 수비수들을 상대로 정면 대결은 승산이 없다. 그들은 내가 와서 붙어주기를 바란다. (조별리그 3차전 상대였던) 벨기에 수비진에는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었던 다니엘 판 바위턴, 현재 토트넘에 있는 얀 베르통언 등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했다. 판 바위턴은 나와 키가 똑같았다. 결론은 그들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벨기에는 미드필더와 수비진 사이 공간이 비어 거기서 볼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헤더는 위치를 선점하기보다 러닝점프를 주로 활용 했다. 반면 K리그는 예전에 비해 거친 파이터 기질의 선수가 많지 않아 미리 위치를 선점하고 정확하게 연결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멀티 포지션 경험
“나는 초중고 시절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고 대학에 와서 수비수가 됐다. 그리고 프로에 와 공격수로 전향했다.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는 것은 비단 헤더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된다. 전술 이해도가 높아지고 상대 선수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 수비수와 공격수의 헤더는 다르다. 수비수는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잘 잡아 최대한 골대로부터 멀리 걷어내면 된다. 반면 공격수는 골을 넣든지, 주변 선수에게 연결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세밀함이 필요하다. 나는 둘 다 경험해봤다는 것이 남들에 비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에 답하다: 김신욱은 헤더밖에 없다?
“그런 말을 들으면 오히려 헤더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팬들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님과 팀이 원하는 축구다. 팀이 원하는 대로 헤더를 하거나 연계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를 세워놓고 연계 위주로 하는 감독님은 없을 것이다. 지금 내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주는 것은 악마의 속삭임과도 같다. 작은 선수들이 잘 하는 걸 따라하면 바보다. 헤딩이라는 확실한 주무기를 가진 상태에서 발밑 기술도 좋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은 나처럼 수비수와 싸워주는 스타일의 선수가 별로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비교우위가 있다. 나는 제로에서 시작한 스트라이커다. 법대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포항공대에 가서 과학을 다시 배우는 격이라고나 할까. 수비수를 하다가 프로에 와서 공격을 하는 것이니 솔직히 늘 한계를 느낀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겨나갈 방법을 찾으려 노력한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5월호 'Know-How'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오명철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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