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신입 국제심판 3인방, 처음 휘장을 달던 날

용의꿈 2016. 3. 11. 13:03


신입 국제심판 3인방,처음 휘장을 달던 날


김우성 주심


FIFA 국제심판은 모든 심판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아무에게나 자격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심판활동 점수는 물론이고 영어, 체력 등에서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자리다. 치열한 테스트를 거쳐 올해 처음 국제심판이 된 이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올해 새롭게 국제심판이 된 주인공은 김우성(29, 남자 주심), 송봉근(39), 곽승순(35, 이상 남자 부심)이다. 이들은 2월 17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2016년도 국제심판 휘장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날 휘장을 수여받은 심판은 총 28명으로 각각 남자 주심 7명, 남자 부심 9명, 여자 주심 4명, 여자 부심 4명, 풋살 심판 3명, 비치사커 1명이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심판에게 FIFA 휘장을 수여하며 국제경기 활동 자격을 부여하는 동시에 심판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세 명의 신입생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가슴에 FIFA 국제심판 휘장을 달았다.

김우성 주심 “2026 월드컵을 향해”

2008년 심판으로 입문해 8년 만에 국제심판이 된 김우성 주심은 ‘제2의 김종혁(33)’을 꿈꾼다. 현재 한국축구 심판계의 대표주자인 김종혁 주심은 2001년 심판계에 입문해 8년 만인 2009년 국제심판이 된 후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AFC 아시안컵과 FIFA U-20 월드컵 주심을 맡으며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 김우성 주심 역시 김종혁 주심처럼 8년 만에 국제심판 자격을 얻으며 주목받고 있다.

김 주심은 대한민국 심판 중에서 최초로 ‘AFC 퓨처 레프리’ 코스를 졸업했다. AFC 퓨처 레프리 코스는 AFC가 아시아 심판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자 2007년부터 실시한 것으로, 25세 이하의 젊은 심판 가운데 장래가 유망한 심판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김 주심은 2011년 대한축구협회의 추천으로 AFC 퓨처 레프리 코스에 도전해 3년간의 교육과 테스트를 무사히 마쳤다. 졸업생 중 최상위 3명에게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방문 기회를 주는데 김 주심은 이 명단에도 포함됐다.

AFC 퓨처 레프리 코스를 정상적으로 마치는 데는 고비도 있었다. AFC 퓨처 레프리 코스가 시작되던 2011년, 그는 상근예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대학교를 졸업하니 곧바로 입영통지서가 날아왔다. 군 복무를 하면 해외에서 열리는 교육에 참가할 수 없을 게 뻔했다. 김 주심은 입영 시기를 늦출까 고민했다. 하지만 ‘나중에 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으니 차라리 지금 군대에 다녀오라’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교육 기회를 포기하고 입대를 결정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해당 부대장과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 군 복무 중 해외에서 열리는 AFC 퓨처 레프리 코스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심판이 국제무대에서 가장 힘들어한다는 영어 구사는 어머니 덕분에 별 걱정이 없었다. 김 주심의 어머니가 영어 교사다. 그래서 그는 중학교 시절 1년 동안 캐나다와 호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 때 이후로 영어 공부에 흥미를 붙여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문제가 없다.

마침내 국제심판의 꿈을 이룬 김 주심은 “심판을 시작할 때부터 국제심판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이 자리에 있게 돼 가슴이 벅차오르고 선배님들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것 자체가 감격스럽다. 더욱 책임감 있게 판정하겠다”고 말했다.

“내가 빠르게 국제심판이 된 건지는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한 김 주심은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 선수가 꿈이었지만 고등학교까지 클럽 팀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꿈을 접었다. 필드 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뛰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삼고 심판에 도전했다”며 심판계에 입문한 이유를 밝혔다. 중학교 스포츠강사를 병행하고 있다는 그는 “매 경기를 마친 후 선수, 관중, 임원들에게 박수 받으며 퇴장하는 심판이 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처음 심판이 될 때는 2022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욕심이었던 것 같다. 2026 월드컵 무대에 서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송봉근 부심


송봉근 부심, 연령제한도 뛰어 넘은 노력

1977년생인 송봉근 부심은 2003년 심판계에 입문했으며 각고의 노력 끝에 13년 만에 꿈을 이뤘다. 특히 송 부심은 FIFA가 국제심판 연령제한을 이번부터 없애면서 다시 응시자격을 얻게 된 케이스다. FIFA는 그동안 신규 국제심판의 경우 만 37세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실시해왔다.

그는 2013년 국제심판에 도전했지만 떨어졌다. ‘이젠 연령제한 때문에 국제심판에 응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낙담이 컸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영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실시하는 어학 프로그램을 신청해 교육도 받았다. 그는 “축구 종주국이 영국 아닌가. 경기규칙서도 한글로 된 해석판을 보지만 원문을 보려면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2013년 시험 당시 영어 인터뷰 성적이 좋지 않아 어학 프로그램을 신청해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FIFA의 국제심판 연령제한이 풀리면서 그에게 천재일우의 기회가 찾아왔다. 철저히 준비하고 있던 송 부심은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 나이로 마흔 살인 송 부심은 체력 단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는 나이도 많고 선수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보통 잘 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을 압도할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악 물었다. 지난해 국제심판 체력테스트를 준비할 때는 격일로 서킷 트레이닝과 인터벌 트레이닝을 하루 2시간 넘게 하며 땀 흘렸다. 그는 “체력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송 부심은 2월말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열린 AFC컵을 시작으로 국제심판 활동을 시작했다.


 

곽승순 부심


곽승순 부심, 16년 만에 이룬 꿈

2000년에 심판이 된 곽승순 부심은 16년 만에 가슴 속에 품어온 꿈을 이뤄냈다. 그는 스스로 “특출한 실력도, 내세울 만한 경력도 없다”고 했다. 그렇기에 국제심판이라는 꿈은 너무도 멀어 보였다. 현실적인 문제도 걸림돌이었다. 2006년 1급 심판이 됐지만 곧바로 군에 다녀왔고, 2011년 결혼하며 꿈은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심판 수당만으로는 생계를 꾸리기도 빠듯했다. 그는 초등학교 스포츠강사직을 병행했다.

막연한 꿈을 좇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곽 부심의 연고지인 충북 출신의 심판 선배들은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영어 공부는 스포츠강사로 재직 중인 초등학교의 원어민 강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초등학교까지 선수로 뛰었던 곽 부심은 꾸준히 동호회 축구를 한 덕분에 체력에도 자신 있었다.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며 즐거워한 곽 부심은 “김우성 주심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는 꿈을 키워왔다. 앞으로 국제심판으로서 더욱 공정한 판정을 내리겠다. 공부도 더 열심히 하겠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 2016 FIFA 국제심판 명단

남자 국제주심(7명): 김종혁, 김상우, 김대용, 고형진, 김희곤, 김동진, 김우성
남자 국제부심(9명): 윤광열, 김영하, 최민병, 방기열, 송봉근, 이정민, 곽승순, 박상준, 박인선
여자 국제주심(4명): 오현정, 박지영, 김숙희, 정지영
여자 국제부심(4명): 김경민, 이슬기, 박미숙, 양선영
풋살 국제심판(3명): 김종희, 조영하, 김봉수
비치사커 국제심판(1명): 이상익
(굵은 글씨는 올해 첫 국제심판 임명)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3월호 'Spotligh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오명철
사진=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