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의 전술학 개론-전술이 성공적이려면...
공격적인 스리백을 사용한 귀네슈 감독과 그의 전술 콘셉트를 이어받은 최용수 FC 서울 감독.
황선홍 감독과 함께 포항스틸러스에서 나온 강철 전 코치가 최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부임했다. 부산 아이파크(2008~2010)와 포항(2011 ~2015)에서 코치로 활약한 그는 포항의 전성기를 뒷받침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ONSIDE〉 독자를 위해 전술 팁을 전해주기로 했다. 현장의 노하우와 경험이 듬뿍 담긴 그의 레슨을 따라가 보자. 첫 시간은 전술을 팀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전제 조건을 살펴본다.
선수 구성을 살펴라
현대축구에서 어떤 전술이 가장 좋은 전술이냐고 물어보면 나의 대답은 ‘정답은 없다’이다. 현대 축구의 흐름상 미드필더 숫자를 많이 둔다거나,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하는 ‘토털사커’를 추구한다는 등의 공통점은 눈에 띈다. 하지만 이것이 언제, 어느 팀에서나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전술(혹은 포메이션)은 그 팀의 선수 구성과 궤를 같이 한다.
부산에서 코치를 맡던 시절을 예로 들어보겠다. 나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코칭스태프 일을 마친 후 그해 8월 부산으로 갔다. 당시 황선홍 감독님이 부산에 계셨는데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런데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질 않았다. 내 생각에는 4-4-2가 부산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부산 선수들을 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선수 구성상 4-4-2가 맞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래서 다음 해 황 감독님께 3-5-2를 써보자고 건의했다. 내가 수비수 출신인 데다 부산은 수비 강화가 급선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름 이 포메이션이 팀에 정착되면서 2010 시즌을 마치고 포항으로 옮기기 전까지 3-5-2가 부산의 주 전술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해서 스리백이 수비적인 전술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공격적인 스리백을 구사한다. 과거 귀네슈 서울 감독이 공격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3-5-2를 썼다. 코치 시절 귀네슈를 모셨던 최 감독이 그 영향을 받아 공격적인 스리백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전술과 선수 구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술은 선수 구성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포항의 제로톱 전술의 한 축을 담당한 풀백 신광훈.
포지션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라
지도자는 특정한 전술 안에서 각 포지션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4-2-3-1 포메이션에서 2에 해당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볼란치)는 기본적으로 포백 수비 앞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일차 저지선 역할을 해내야 한다. 물론 이 두 명 중에서도 좀 더 수비적인 선수(홀딩맨)와 공격적인 선수(앵커맨)가 나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두 명은 어디까지나 수비가 1차 임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그래서 4-2-3-1은 꽤나 수비적인 대형이다. 4-4-2나 4-1-4-1에 비해 공격 가담이 원활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포지션별 역할 분담은 팀이 잘나갈 때일수록 무섭게 지켜져야 한다. 포항은 2013년 제로톱으로 K리그와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제로톱을 쓸 때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무서울 것 없이 잘나가다가 한때 주춤했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풀백’ 때문이었다. 제로톱 시스템 속에서 신나게 패싱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새 수비 진영에는 중앙 수비수 두 명만 남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측면에 빈 공간이 생겨 역습을 허용해 골을 허용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후로는 풀백의 공격 가담을 가급적 자제시켰다.
아예 못 하게 한 것은 아니다. 가령 오른쪽 풀백이 전진했다면 왼쪽 풀백은 뒤에 남아 중앙 수비수와 함께 역습에 대비하도록 했다. 최종 수비라인에 3명은 있어야 최소한의 대비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지션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다는 것을 감독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며 가이드라인이어야 한다. 그라운드 안에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 선수다.
전술 이해도를 높여라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수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축구 관련 서적이나 영상을 접할 수 있는 경로나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축구 서적이 도처에 널려있고, 컴퓨터를 켜면 축구 동영상을 무한대로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포항에서 코치를 맡을 때 어떤 선수는 대략적으로 전술을 설명해주면 자기가 먼저 “저는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열심히 묻고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현대 축구는 경기 중에도 수시로 전술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가진 실력을 100퍼센트 발휘하기 힘들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축구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2월호 'Master-Class'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술=강철(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정리=오명철
사진=FAphotos
지도자는 특정한 전술 안에서 각 포지션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4-2-3-1 포메이션에서 2에 해당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더블 볼란치)는 기본적으로 포백 수비 앞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일차 저지선 역할을 해내야 한다. 물론 이 두 명 중에서도 좀 더 수비적인 선수(홀딩맨)와 공격적인 선수(앵커맨)가 나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두 명은 어디까지나 수비가 1차 임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그래서 4-2-3-1은 꽤나 수비적인 대형이다. 4-4-2나 4-1-4-1에 비해 공격 가담이 원활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포지션별 역할 분담은 팀이 잘나갈 때일수록 무섭게 지켜져야 한다. 포항은 2013년 제로톱으로 K리그와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제로톱을 쓸 때도 시행착오는 있었다. 무서울 것 없이 잘나가다가 한때 주춤했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돌아오지 않는 풀백’ 때문이었다. 제로톱 시스템 속에서 신나게 패싱게임을 하다보면 어느새 수비 진영에는 중앙 수비수 두 명만 남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측면에 빈 공간이 생겨 역습을 허용해 골을 허용하는 사례가 생겼다. 이후로는 풀백의 공격 가담을 가급적 자제시켰다.
아예 못 하게 한 것은 아니다. 가령 오른쪽 풀백이 전진했다면 왼쪽 풀백은 뒤에 남아 중앙 수비수와 함께 역습에 대비하도록 했다. 최종 수비라인에 3명은 있어야 최소한의 대비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지션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다는 것을 감독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권장사항이며 가이드라인이어야 한다. 그라운드 안에서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 선수다.
전술 이해도를 높여라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수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다.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는 축구 관련 서적이나 영상을 접할 수 있는 경로나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축구 서적이 도처에 널려있고, 컴퓨터를 켜면 축구 동영상을 무한대로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포항에서 코치를 맡을 때 어떤 선수는 대략적으로 전술을 설명해주면 자기가 먼저 “저는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열심히 묻고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현대 축구는 경기 중에도 수시로 전술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해당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가진 실력을 100퍼센트 발휘하기 힘들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축구를 배우고 경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2월호 'Master-Class'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구술=강철(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정리=오명철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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