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의 신바람 축구,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올림픽대표팀이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 축구의 2016년 첫 스타트는 덕분에 산뜻했다. 지난해 3월에 올림픽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해 1년 동안 고군분투한 신태용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이제 그는 자신의 신바람 축구를 더욱 크게 키울 기반을 마련했다. ‘난 놈’ 신태용의 도전은 탄력을 받았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2016 히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세계 최초의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과 편견을 뚫고 이겨낸 쾌거다. 올림픽 최종예선이 기존의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이 아닌 단일 토너먼트 대회로 바뀐 탓에 한 번의 실수로 본선 진출이 좌절될 수 있는 여지가 예전에 비해 커졌다. 또한 이번 대표팀은 2012 런던 올림픽 멤버와 비교해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이유로 ‘골짜기 세대’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이런 비난을 비웃기라도 하듯 당당히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신태용호의 올림픽 본선행의 기저에는 신바람 축구가 자리 잡고 있다. 성남 감독 시절, 쫄쫄이 의상을 입고 레슬링 선수 심권호와 이벤트 경기를 벌이는 세리머니를 펼쳤던 그의 유쾌한 기운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론 이는 그라운드 밖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신태용의 신바람 축구는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림픽 진출의 원동력이 된 신태용의 신바람 축구는 과연 무엇이며, 팀에 얼마나 훈습됐을까.
마음껏 떠들고, 자유롭게 플레이하라!
“우리 선수들이 너무 조용하다. 때로는 자유분방하게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마음가짐을 바꾸고 싶다. 축구는 발로 하는 스포츠다 보니 실수할 수밖에 없다. 이를 너무 의식하지 말고 전진패스를 과감하게 하게끔 요구하겠다. 양 풀백도 적극적으로 윙 플레이에 나서고, 중앙 수비수도 때에 따라 전진해서 플레이하는 신바람 축구를 보여드리겠다.”
지난해 10월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이 한 말이다. 지난해 3월, 부임 이후 줄곧 원정 평가전만 치르다 첫 국내 평가전을 앞두게 된 신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신바람 축구를 대중 앞에서 자세히 설명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도록 유도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팀에 정착시키기 위해 부임 초기부터 꾸준히 노력했다.
신 감독은 전임 이광종 감독이 급성 백혈병으로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급하게 지휘봉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확고한 자기 철학을 폈다. 지난해 3월 첫 소집훈련부터 그는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다. 당시 신 감독은 “내가 선수들 귀도 깨물며 스킨십을 즐길 것”이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처음에는 신 감독의 스킨십에 선수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적응해나갔다.
신바람 축구의 한 축이 활발한 의사소통이라면 또 하나의 축은 ‘공격 앞으로’였다. 신 감독은 훈련과 경기 내내 일관되게 전진패스를 강조했다. 선수들이 볼을 잡을 때에도 공격하는 방향으로 몸을 틀며 볼을 받도록 주문했다. 충분히 전진패스가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백패스를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이번 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카타르와의 4강전을 제외하면 공격적인 전술과 라인업을 내세웠다. 신 감독은 자신이 이토록 공격 축구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ONSIDE>와의 인터뷰에서 상세히 밝힌 바 있다.
“수비 축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축구는 다르다. 부담감이 훨씬 많다. 지도자도 부담감을 안고 매일매일 고민을 해야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부담감을 안고서라도 한국 축구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고 믿고 있다. 공격 축구를 하면서 상대와 강하게 부딪혀 봐야 현재 우리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보다 위에 있는 팀을 상대로 수비만 한다면 정체돼 있을 수밖에 없다.”
신태용의 축구 철학은 마음껏 떠들며 소통하라는 것이다
“재미난 축구 좋지만 몸이 힘드네요.”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신 감독의 축구 철학을 잘 따랐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쉴 새 없이 떠들었고 그라운드 안에서는 끊임없이 전진했다. 팀에 활기가 돌았고 선수들도 공격적인 플레이에 흥미를 느꼈다.
이광종 전임 감독 시절부터 팀에 합류했던 수비수 송주훈(미토 홀리호크)은 “전임 이광종 감독님은 무게감 있고 진지하게 하시는 반면, 신 감독님은 활기를 불어넣고 재미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며 긴장감을 없애준다”며 “아무래도 저는 딱딱한 분위기보다 즐기는 게 좋다. 그렇다고 이 감독님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미드필더 김승준(울산 현대)은 지난해 3월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마친 뒤 “처음에는 분위기가 서먹하고 어려웠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선수들을 편하게 대해주시고 장난도 많이 쳐주신다. 서로간의 대화도 많은 편이다. 대회를 치르면서 서로 많이 친해졌다”고 했다.
지난해 6월 프랑스, 튀니지와의 원정 평가전 이후 부상으로 고생하다 12월 제주 전지훈련을 통해 신태용호에 복귀한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은 당시 신 감독의 축구에 대해 “빠르고 영리하며 공격적인 팀이 됐다. 패스 전환이 빠르고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창진은 신 감독의 축구를 ‘재미난 축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그러나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담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잦았다. 체력 소모가 많아 후반이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특히 이번 대회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체력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요르단과의 경기 후 연제민(수원 삼성)은 “후반이 되니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졌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다른 선수들도 체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류승우(바이엘04 레버쿠젠) 역시 ”전반에는 좋은 경기를 했는데 후반 들어 상대의 강한 압박에 잘 대처하지 못했다. 말을 많이 하면서 흐름을 바꾸려고 했는데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는 황기욱(연세대), 류승우, 김현(제주 유나이티드)이 모두 다리에 근육경련이 일어나 교체돼 나갔다.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만은 없다.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수비형 미드필더 이찬동(광주FC) 역시 <ONSIDE>와의 인터뷰에서 신 감독의 전술 특성과 체력 부담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우리 팀이 4-4-2 다이아몬드 전술(미드필더를 다이아몬드 형태로 두는 포메이션)을 썼는데 이게 수비형 미드필더는 좌우로 계속 움직여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볼을 잡을 때 숨이 너무 가빴다. 나 말고도 바로 위에 있는 미드필더 두 명(류승우, 최경록)도 엄청 힘들었을 것이다. 체력을 더 길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전술은 선수들이 가운데 모여 있으니 패싱 게임 하기에 정말 좋다”고 덧붙였다. 류승우도 당시 호주전을 마친 후 “신 감독님의 축구를 소화하려면 체력은 필수다. 개인적으로 노력을 많이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에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선수들의 체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판단되면 본선을 앞두고 체계적인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가동해야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신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전술적인 보완을 통해 체력 저하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을 확정지었던 카타르전
이제는 히우다!
신태용의 신바람 축구는 앞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 선수단, 축구 팬이 하나가 돼야 한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업적을 재현하기 위해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역할이 있다.
축구협회는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올해 친선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신태용호는 지난해 6월 프랑스, 튀니지와의 평가전을 제외하면 모두 아시아 팀과 경기를 치렀다. 올림픽 본선에 대비해 경쟁력을 쌓으려면 유럽, 남미,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코칭스태프는 더 나은 선수 조합과 전술 구상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역시 세 장의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를 누구로 뽑느냐다. 공격수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와일드카드 1순위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중원, 수비 및 골키퍼 포지션에서도 보강이 필요하다. 국가대표팀 코치직을 병행하고 있는 신 감독은 슈틸리케 국가대표팀 감독과 논의를 거쳐 신중히 선수를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와일드카드로 뽑을 선수가 소속된 팀이 해당 선수의 차출을 허락하는 것도 관건이다. 올림픽은 의무차출 규정이 없어 소속 팀의 허락이 필요하다.
축구 팬은 2012 런던 올림픽 성과를 잠시 잊고 신태용호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건전한 비판은 좋지만 잘못만을 지적하고 인신공격을 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도,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도 준비 과정에서는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쳤다. 신태용호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더욱 발전해 오는 8월 브라질 히우에서 감동적인 경기와 최선의 결과를 보여줬으면 한다.
*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2월호 '올림픽 최종예선'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오명철
사진=FA photos
'축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인3색’ 신규 국제심판들의 꿈과 도전 (0) | 2016.02.18 |
---|---|
선수 출신 축구행정가, 김동기 KFA 심판기술교육팀장 (0) | 2016.02.18 |
‘우리’에 대한 믿음 (0) | 2016.02.18 |
아르헨티나 유스팀이 일깨운 한국 유소년 축구의 현실 (0) | 2016.01.19 |
서효원 U-16 대표팀 감독,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야 한다" (0) | 2016.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