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서효원 U-16 대표팀 감독,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야 한다"

용의꿈 2016. 1. 18. 09:52

서효원 U-16 대표팀 감독,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선수를 키워야 한다"

 

U-16 대표팀 서효원 감독이 2016년의 포부를 밝혔다

 

2015 FIFA U-17 칠레 월드컵에서 한국 청소년 축구는 사상 첫 조별리그 2연승 및 무실점 16강 진출을 이뤘다. 그러나 벨기에와 16강전에서 현격한 실력 차이를 경험했다. KFA 세미나를 통해 가장 크게 지적된 한국 축구의 약점은 ‘창의성’이다. 바통을 이어 받은 서효원 감독의 새로운 U-16 대표팀은 이 숙제를 풀고자 한다.

U-17 칠레 월드컵의 성적이 좋아서 부담이 있을 것 같다.

부담은 없다. 16세, 17세 대회를 통한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성인이 되었을 때 한국 축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훌륭한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다. 대회도 준비하지만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훈련을 한다. 특히 우리 팀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선수들이 스스로 모든 상황에서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생각해서 할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축구를 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벨기에와 독일을 다녀왔는데 기술적으로는 유소년 축구에서 큰 기량 차이를 못 느꼈다. 그런데 창의력이 부족했다. 유럽에서는 지도자들이 훈련의 기본 정보를 주고 그 안에서 선수들이 주인이 되어서 훈련을 이끌어 가도록 한다. 그러니 훈련도 활기가 있다. 그런 부분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유소년에서 갖는 경쟁력이 성인 수준에서는 떨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를 주고 있나?

선수들이 눈치를 보느라 자기가 가진 최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수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최대한 얘기하지 않는다. 지도법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어떤 훈련이든 창의적으로 움직이길 장려한다. 패스 게임 같은 경우에는 논스톱을 많이들 하는데, 우리는 터치에 제한을 두지 않고도 한다. 패스 게임의 목적은 압박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드리블로 벗어날 때도 있고, 터치를 어디로 치고, 또 패스를 어디로 할지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하도록 훈련한다.

물론 어느 정도 기본 틀은 있어야 한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분위기 제공이다. 처음에는 해도 되나 싶던 아이들이 생활부터 훈련까지 분위기가 이어지면 어려워하는 것이 많이 줄어든다. 경기가 끝나고도 분위기가 안 좋겠다 싶을 때는 아예 미팅을 안 한다. 심적으로 괜찮아 진 뒤에 편안하게 대화를 한다.

예전에는 호랑이 선생님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나도 철이 든 것이다.(웃음) 처음 지도자를 했을 때는 선수들이 잘되게 하고 싶은 마음에 밀어붙였다. 프로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엄하게 끌고 가려 했다. 지도자도 경험이다. 연륜이 쌓이면서 버릴 것은 버렸다. 축구협회 지도자로 들어와서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본 것이 좋은 경험이 됐다. ‘성인이 되면 왜 안될까’라는 문제의 답을 알게 됐다. 어린 선수들에게 창의성을 높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고 또 봐도 중요한 것이 창의성이다. 한국 사회가 여태까지 굳어온 것이 있으니 우리는 더 장려해야 한다. 유럽 보다 두세 배는 더 장려해야 한다고 느꼈다.

일본 원정에서 1승 1패를 기록하고 돌아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쉬던 선수들, 경기에 나서지 못한 고교 1학년 선수들이다 보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공항에서 소집해 바로 건너가 경기를 했다. 일본 선수들은 계속 전지훈련을 하고 있었다. 가서 첫 경기는 이겼는데 그 경기도 우리가 사실 밀렸다. 다만 일본은 스트라이커가 부족했다. 바르셀로나 유스 팀에서 나온 구보가 뛰었는데 재간은 좋지만 파괴력이 없더라. 우리는 경기는 어려웠지만 골이 잘 들어갔다. 결국 두 번째 경기에서 1-4로 졌다.

조합을 다양하게 해서 실험도 했고, 전반전이 끝난 뒤 선수들끼리 미팅을 하고 힘을 모아서 해보라고 하기도 했다. 결국 졌지만 아주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팀 차원에서 준비가 충분하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훈련을 하지 않으면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16세, 17세 대회를 통한 궁극적 목표는 성인이 되었을 때 한국 축구의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스트라이커 부재는 최근 한국 축구계의 숙제였다. 지금 청소년 대표팀의 상황은 어떤가?

우리 연령대는 괜찮은 자원이 많다.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의 효과를 크게 봤다. 포철중 김찬 선수는 키가 185cm는 된다. 키가 큰데 유연하고 스피드도 빠르다. 유연하고, 장래성이 있다. 재작년에 영남 지역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을 담당할 때 보고 14세 대표로 추천했다. 광성중의 천성훈도 188cm의 장신이다. 좋다는 얘기를 듣고 대회에 가서 봤는데 듣던 만큼은 아니었다. 영재센터로 불러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의외로 드리블 기록이 좋았다. 큰 선수인데도 유연성과 균형이 좋더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선발하자고 결정했다. 지난 9월에 중국에서 열린 대회에 김찬이 부상을 당하면서 데려갔다. 가서 잘해줬다. 큰 선수지만 볼 관리도 잘하고 득점도 잘한다.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이 생기기 이전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다른가?

그동안 상비군 제도는 대회에서 잘하는 선수를 뽑았다. 그렇게 데려가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 하에서는 지역, 광역에서 훈련을 시키면서 선수를 본다. 지도자의 눈으로 직접 테스트하고 훈련을 시켜본 뒤에 선발을 하게 된다.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연령별 대표팀 발전에 매우 좋은 부분이다. 천성훈 같은 경우도 대회 경기력만 봤다면 대표팀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

대회에서 잘하는 선수들은 각 팀에서 잘하는 한 가지만 시키라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빠른 선수가 있다면 수비는 하지 말고 벌려서 있다가 돌파만 하라고 한다. 밖에서 보면 돌파력이 좋다고 하는데 대표팀에 오면 다른 역할도 잘해야 되니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재능이 좋은 선수를 뽑아서 경험을 쌓아주면 자신감이 생겨서 소속 팀에 가면 더 잘한다.

현재 U-16 대표팀은 어떤 전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나?

웬만하면 적극적인 경기를 하고자 한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비슷한 실력이면 적극적인 팀이 이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진해서 하려고 한다. 포메이션이 전부는 아니다. 단계적으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2015년까지는 4-4-1-1을 기본으로 가져갔다. 쉐도우 스트라이커가 미드필더 역할도 하는, 공격적인 선수를 넣으면 자연스럽게 4-4-2로 변화가 되는 방식이다. 2016년에는 여기에 4-1-4-1 포메이션을 붙여서 준비할 생각이다. 그 후에는 어떤 것을 더 추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다양한 전술을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 가지 전술을 준비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는 대회 준비다. 대회 상대가 다양한 전술을 쓴다면 우리도 그에 대비할 한 가지 옵션이 더 필요하다. 중국 같은 경우 네덜란드 감독이 맡고 있는데 벌써 세 가지 전술을 쓴다. 물론 이해가 쉽지 않아서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잘 못했다. 그러나 본선에서 만난 상대가 그런 플레이에 적응이 된다면 우리도 대비해야 한다.

두 번째는 전술 이해력 발전이다. 독일이나 벨기에 등의 유소년 육성 방식을 보면 만 5세부터 쭉 이어진다. 만 16세가 되면 4-4-2, 4-1-4-1, 다이아몬드 4-4-2 등 세 가지 전술을 가르친다. 어린 나이에 축구를 시작했기에 가능하다. 한국 실정은 다르다. 12세부터 기술을 가르치다 보니 16세가 됐을 때 세 가지 전술을 시키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개인 발전 측면에서 전술 이해력이 없으면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없다. 상황마다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 지 정립이 되어 있어야 볼이 왔을 때 편하게 할 수 있다. 그게 고민되면 공을 못 찬다.

유럽의 성인 경기를 보면 경기 도중에도 전술이 계속 변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심지어 3-3-4로도 쓰더라. 그만큼 변화가 크다. 옛날에는 상대가 4-4-2로 나오면 우리는 3-4-3으로 대응하면 됐다. 투톱을 세 명이 막고 미드필더를 한 명씩 맡고... 지금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상황 변화에 선수들이 계속 대처해야 한다. 이 나이부터 조금씩 해야 한다. 못하면 경쟁력 없다.

U-16 대표팀 선수들의 아쉬움은 경기 경험이다. 고교 1학년 선수들의 소속 팀 출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단기적인 대회보다 고교 1, 2학년을 위한 주말리그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물론 운동장 사용이나 예산 등의 문제가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주말리그가 가장 바람직한 해결법이다. 3학년 선수가 부족하면 2학년에서 올릴 수 있고, 나서지 못하는 1, 2학년 선수도 꾸준히 경기를 할 수 있다. 고교 1, 2학년 선수들도 고교 3학년 선수들과 경쟁이 되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진학 문제 때문에 3학년 선수를 안 뛰게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 문제 때문에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에서도 경기 기회가 적은 고교 1학년 선수까지 범위를 확대해 조금이라도 더 관리할 생각이다.

지도자로서 개인적인 포부가 있다면?

이 연령대 선수들 잘 키우고 싶다. 물론 성적도 잘 내고 싶다. 대표팀 뿐 아니라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도 이제 3년 차를 맞았다. 올해는 전보다 모든 면에서 발전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나 역시 전임지도자의 한 사람이다. 전임지도자들은 골든 에이지 프로그램이 자존심이다. 재작년에 처음 시작하면서 고생한 분들이 많다. 반드시 좋은 성과를 내도록 잘 운영하고 싶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1월호 '2016년은 나의 해'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한준(풋볼리스트)
사진=FA 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