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최강희 vs 슈틸리케, 올스타전 ‘입담 전초전’

용의꿈 2015. 7. 3. 11:17

 

 

최강희 vs 슈틸리케, 올스타전 ‘입담 전초전’

 

최강희 감독과 슈틸리케 감독의 입담 열전이 펼쳐졌다. 올스타전에서 감독으로서의 맞대결을 앞두고 펼쳐진 전초전이었다.

2일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 출전선수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의 지휘봉을 잡은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과 한국 축구 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직접 자리했다. 두 감독은 팬투표와 각 팀의 주장, 감독들의 투표 결과를 합산해 선발된 올스타 선수 중 자신의 팀에 속할 선수들을 번갈아 지명했다.

이번 출전선수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골키퍼와 수비수 포지션에 대해서만 지명이 이루어졌다. 추첨을 통해 골키퍼 포지션 지명 우선권을 가져간 슈틸리케 감독은 주저없이 권순태(전북현대)를 지명했다. 자연스럽게 김승규(울산현대)는 최강희 감독의 선수가 됐다. 이어진 수비수 지명에서는 최강희 감독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오스마르(FC서울)와 요니치(인천유나이티드), 홍철(수원삼성), 차두리(서울)가 팀 최강희의 일원이 됐고, 김형일(전북), 알렉스(제주유나이티드), 최철순(전북), 임창우(울산)가 팀 슈틸리케에 속했다.

한편 이 기자회견에는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12만 5천 표를 얻어 최다 득표를 기록한 차두리와 감독과 주장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뽑힌 염기훈(수원)도 함께 참석했다. “팬 투표 1위, 차두리 입니다”라는 너스레로 웃음을 자아낸 차두리는 “(선수로서 뛰는) 마지막 시즌까지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영광스럽다. 저는 정말 복 받은 축구선수다.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팬들과 좋은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염기훈은 “사실 제가 감독과 주장 투표에서 만장일치로 표를 받을 줄 모르고 저도 저를 찍었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올스타에 뽑혀 굉장히 설렌다. 모든 선수들과 화합하는 무대가 됐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팀 최강희와 팀 슈틸리케의 선수구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6일에는 미드필더 지명이, 9일에는 공격수 지명이 남아있다. 또한 13일에는 각 구단의 감독들이 추천한 특별 선수 발표도 기다리고 있다. 각 팀에 18명씩 총 36명의 별들이 K리그 올스타전에 나서게 된다. 2015 K리그 올스타전은 7월 17일 오후 7시 안산 와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올스타전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킨 출전선수 발표 기자회견에서 나온 감독, 선수들의 인상적인 멘트들을 정리했다.
 

 최강희 감독(왼쪽)과 슈틸리케 감독은 올스타전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전북 선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 선수 명단을 본 최강희 감독의 반응.

이번 올스타전 출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22명 중 7명이 전북현대 소속이다. 1/3에 달하는 숫자다.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강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전북이기에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최강희 감독은 다소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전북 선수가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입을 연 최강희 감독은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될 수 있으면 전북 선수들을 팀 최강희에 뽑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았다. 그랬더니 슈틸리케 감독님은 전북 선수 7명을 자신이 다 뽑아야 하냐고 불만스런 표정을 지으셨다. 아무래도 전북 선수를 안 좋아하시는 것 같다. 전북 선수 몇 명은 우리 팀에 뽑아야 할 것 같다”며 슈틸리케 감독을 바라봤다. 최 감독의 재치 넘치는 발언에 기자회견장은 웃음이 넘쳐 났다.

이어진 선수 지명 시간에 최 감독은 교묘히 전북 선수들을 피해갔다. 수비수 선수 지명 우선권을 가져간 최 감독은 김형일과 최철순(이상 전북) 대신 오스마르와 홍철을 선택했다. 이어 두 선수를 지명한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라인에 있어서는 골키퍼와 수비수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우리는 골키퍼와 수비수 대부분이 전북 선수로 짜여 있어 우월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패배한다면 최강희 감독에게 책임을 돌리겠다"-‘올스타전에서 패배하면 어떻게 하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답.

최강희 감독의 의도(?)대로 전북 선수들이 대거 팀 슈틸리케에 속하게 됐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리그에서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는 전북 선수들이 대거 우리 팀에 있다”며 만족했다. 만약 경기에서 진다면 책임 전가 역시 최강희 감독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생각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만약에 진다면 책임회피하기 쉬울 것 같다. 우리 팀에는 전북 선수가 많이 포함돼 있다. (경기에서 패배한다면) 책임을 다 최강희 감독에게 돌리고 선수들 훈련을 힘들게 시켜달라고 말하겠다”며 웃었다.

하지만 승리에 대한 의지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올스타전은 본인의 실력과 K리그의 수준을 증명하는 자리다. 올스타로 선발된 선수라면 당연히 경기에서 이기려고 할 것이다. 저 역시 준비를 잘 하도록 하겠다”고 승리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최강희 감독의 선택을 받은 차두리가 환호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최강희 감독님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 선수 지명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에게 자신을 어필한 차두리.

차두리가 원하던 대로 팀 최강희의 일원이 됐다. 차두리는 선수 지명에 앞서 ‘어느 감독의 지명을 받고 싶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최강희 감독을 지목했다. 차두리는 “최강희 감독님은 현재 K리그 최고의 감독님 중 한 분이시다. 그런데 최강희 감독님은 대표팀 감독 시절 저를 선발하지 않으셨다. 이번 기회에 최강희 감독님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 제가 그렇게 나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최강희 감독에게 자신을 강하게 어필했다.

차두리의 구애에 최강희 감독은 주저없이 차두리의 이름을 불렀다. 최강희 감독이 자신을 지명하자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기쁜 마음을 표한 차두리는 “이 참에 주장까지 시켜주시면 정말 편하게 은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주장에 대한 욕심까지 거침없이 드러냈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전북 클럽하우스의 닉네임 ‘전북 봉동 양로원’이다. 차두리가 올스타전에서 잘 활약 하고 내년에 공격수로서 전북에 이적하면 어떨까 싶다. 공기 좋은 양로원에 기거하다 보면 2, 3년은 더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화답했다.

“감독님들 저 요즘 몸 굉장히 좋습니다”- 오는 6일 미드필더 지명을 앞둔 염기훈의 자신감!

현재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를 한 명 뽑으라면 단연 염기훈의 이름을 거론할 수밖에 없다. 현재 염기훈은 리그 도움 1위(8도움)와 득점 2위(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나이를 잊은 활약이다.

이날 선수 지명에서는 염기훈의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 염기훈의 포지션인 미드필더는 오는 6일에, 공격수는 9일에 지명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선수 지명을 나흘 앞둔 염기훈은 적극적으로 두 감독들에게 자신을 어필했다. 염기훈은 “감독님들께 제가 요즘 몸이 좋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요즘 몸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 활약에 대한) 큰 비결은 없다. 젖 먹던 힘까지 쥐어 짜서 남들보다 한발 더 뛴다는 생각을 한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올해 끝까지 젖 먹던 힘을 다 해보겠다”라고 다짐했다.

글= 김태경
사진=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