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경기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법
이천수는 부산 원정만 가면 가변석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지난 호를 통해 우리는 왜 선수들이 원정경기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원정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 심리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이천수는 “부산 원정에 가면 골대 뒤에 있는 가변석이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 몇 미터 앞에 나왔을 뿐인데 너무 낯설어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못할 때가 있다.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은데 특히 시야에 방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낯선 환경이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K리그를 예로 들면 한 시즌 동안 한 선수가 상대 한 팀의 홈 경기장에서 뛰는 경우는 많아야 2~3회 정도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도 낯선 환경에 익숙함을 느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심리적으로 더 준비되지 않으면 좋은 경기를 하기 어렵다.
원정에서의 루틴을 만들자
원정경기가 어려운 건 나만의 루틴(routine)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하던 행동들이 어떠한 변수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경기 전 예민함이 극도에 달한 선수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다. 그래서 중요한 게 원정에서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투수 류현진은 2014년 홈보다 원정에서의 성적이 월등하게 좋았다. 원정에서의 낯섦을 잘 극복한 사례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원정에만 가면 경기 전에 무조건 한식을 먹는 루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원정에서 공을 던지는 날은 거의 점심 먹을 때 한국 식당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한국 식당이 없는 곳에서는 통역사가 사다준 것을 먹었다”라고 밝혔다.
축구라고 다르지 않다. 원정에서도 방해 받지 않을 만한 루틴을 만들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든지, 동료들과 특정한 스트레칭을 함께하는 식의 루틴이다.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원정을 갈 때마다 반복하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루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방해를 받게 되면 오히려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루틴을 수행한 후 결과가 나빴다면, 다음 원정에서는 새로운 행동을 루틴으로 삼는 것도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다.
김병준 인하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경기 2시간 전부터가 자신만의 루틴을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어떤 식이든 방해를 받지 않는 나만의 루틴을 갖는 것은 긴장된 순간, 낯선 환경을 극복하는 데에 최적의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다른 경기장 같은 카테고리로 묶기
선수들이 원정에서 가장 애를 먹는 부분 중 하나가 경기장 환경에서 느끼는 이질감이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원정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방법도 있다. 모든 원정경기를 하나의 틀에 넣고 아예 같은 환경이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식이다. 이천수가 말했던 것처럼 각 경기장은 모양과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포항이나 인천, 경남 등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관중석과의 거리가 가까운 전용경기장을 쓰고, 수원, 서울, 전주 등은 규모가 큰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다. 부산이나 성남, 안양 등은 골대 뒤에 트랙이 있는 종합운동장을 홈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슷한 환경의 경기장을 모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앞서 나열한 대로 전용경기장, 종합운동장, 월드컵경기장 등 세 개의 카테고리를 만드는 식이다.
K리그 클래식을 예로 들자. 한 팀이 1년간 상대하는 팀은 총 11개다. 11개의 새로운 경기장에 적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경기장을 분류하면 종류는 3개로 대폭 줄어든다. 경기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선수 스스로 비슷하다고 최면을 걸면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국제경기를 예로 들면 자신이 뛰었던 비슷한 경기장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예 같은 경기장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도 빠르게 원정경기에 익숙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6월호 'PSYCHOLOG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정다워
자문= 김병준(인하대 교수)
사진= FAphotos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는 이천수는 “부산 원정에 가면 골대 뒤에 있는 가변석이 그렇게 신경이 쓰인다. 몇 미터 앞에 나왔을 뿐인데 너무 낯설어서 제대로 된 플레이를 못할 때가 있다. 큰 차이는 아닌 것 같은데 특히 시야에 방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낯선 환경이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적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K리그를 예로 들면 한 시즌 동안 한 선수가 상대 한 팀의 홈 경기장에서 뛰는 경우는 많아야 2~3회 정도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베테랑이라도 낯선 환경에 익숙함을 느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심리적으로 더 준비되지 않으면 좋은 경기를 하기 어렵다.
원정에서의 루틴을 만들자
원정경기가 어려운 건 나만의 루틴(routine)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원래 하던 행동들이 어떠한 변수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느끼게 된다. 경기 전 예민함이 극도에 달한 선수들에게는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다. 그래서 중요한 게 원정에서의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투수 류현진은 2014년 홈보다 원정에서의 성적이 월등하게 좋았다. 원정에서의 낯섦을 잘 극복한 사례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원정에만 가면 경기 전에 무조건 한식을 먹는 루틴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원정에서 공을 던지는 날은 거의 점심 먹을 때 한국 식당을 찾아가려고 노력했다. 한국 식당이 없는 곳에서는 통역사가 사다준 것을 먹었다”라고 밝혔다.
축구라고 다르지 않다. 원정에서도 방해 받지 않을 만한 루틴을 만들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다. 같은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든지, 동료들과 특정한 스트레칭을 함께하는 식의 루틴이다. 자신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행동을 원정을 갈 때마다 반복하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주의할 점은 변수의 영향을 받지 않는 루틴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칫 방해를 받게 되면 오히려 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루틴을 수행한 후 결과가 나빴다면, 다음 원정에서는 새로운 행동을 루틴으로 삼는 것도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다.
김병준 인하대학교 체육학부 교수는 “경기 2시간 전부터가 자신만의 루틴을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어떤 식이든 방해를 받지 않는 나만의 루틴을 갖는 것은 긴장된 순간, 낯선 환경을 극복하는 데에 최적의 에너지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다른 경기장 같은 카테고리로 묶기
선수들이 원정에서 가장 애를 먹는 부분 중 하나가 경기장 환경에서 느끼는 이질감이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원정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는 방법도 있다. 모든 원정경기를 하나의 틀에 넣고 아예 같은 환경이라고 자기 최면을 거는 식이다. 이천수가 말했던 것처럼 각 경기장은 모양과 분위기가 모두 다르다. 포항이나 인천, 경남 등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관중석과의 거리가 가까운 전용경기장을 쓰고, 수원, 서울, 전주 등은 규모가 큰 월드컵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다. 부산이나 성남, 안양 등은 골대 뒤에 트랙이 있는 종합운동장을 홈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슷한 환경의 경기장을 모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앞서 나열한 대로 전용경기장, 종합운동장, 월드컵경기장 등 세 개의 카테고리를 만드는 식이다.
K리그 클래식을 예로 들자. 한 팀이 1년간 상대하는 팀은 총 11개다. 11개의 새로운 경기장에 적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방식으로 경기장을 분류하면 종류는 3개로 대폭 줄어든다. 경기장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선수 스스로 비슷하다고 최면을 걸면 경기장에 들어섰을 때 조금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국제경기를 예로 들면 자신이 뛰었던 비슷한 경기장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는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예 같은 경기장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환경이라고 생각하면 적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도 빠르게 원정경기에 익숙함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6월호 'PSYCHOLOG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정다워
자문= 김병준(인하대 교수)
사진=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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