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하는 공놀이,공간을 봐야 축구다
발로하는 공놀이, 축구도 결국엔 공으로 하는 하나의 놀이 수단이다. 그런데 축구가 점점 발전하면서 공놀이 이상의 의미를 갖는 '척'하기 시작했다. 축구는 생각처럼 복잡한 스포츠가 아니다. 2015 K리그 클래식은 나도 좀 아는 척하며, 더 재미있게 즐겨 보도록 하자.
축구장에 가면 감독이 참 많다. 정식 감독은 두 명뿐인데, 관중석에만 수십 명의 감독이 앉아 있다. '측면으로 벌려! 빈 곳으로 패스해!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란 말이야!' 등 수많은 의견이 난무한다. 처음에 저런 의견들을 들을 때는 어떻게 저런 걸 알지 싶다가도 조만간 과연 이 사람들의 말이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축구가 단순히 공만 따라다니는 스포츠가 아니라 '공간의 싸움'이란 것을 인지한다면, 상황에 따라 위의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혼자서도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축구장에는 22명의 선수가 차지하는 공간보다, 비어있는 공간이 훨씬 더 많다. 축구 경기를 볼 때 축구공이 있는 협소한 공간만 바라보지 말고 비어 있는 공간을 찾아보기 시작한다면, 나도 경기에 대해 한마디 거들 수 있는 수준에 올라설 수 있다.
축구에서 공간이 중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한 선수가 압박이 덜한 여유로운 공간에서 공을 잡는다면 다음 동작을 펼치는데 있어 편안함을 느낄 것이다. 반대로 수비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공을 잡는다면, 다음 동작을 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감독들은 이 공간을 어떻게 우리팀에게는 유리하고 상대팀에게는 불리하게 만들어 내느냐를 가장 고민한다.
선수들에게 공간이 제공된다면 그곳을 향해 패스를 할 수도 있고, 드리블을 할 수도 있고, 크로스를 올릴 수도 있고, 슈팅을 할 수도 있다. 즉, 공간이 전제되어야 우리가 축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 동작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 K리그 클래식 무대도 수준높은 공간 활용을 보여준다. 다음 장면들은 2015 K리그 클래식 1라운드 울산과 서울의 경기 장면이다. 후반 60분, 울산의 마스다와 김태환이 지속적으로 같은 공간을 보고 패스를 주고받으며 서울 수비를 돌파한다. 이때 선수들이 주고받는 패스는 전부 공간을 향하게 된다.
두 선수가 서로 3번의 패스를 주고받는 과정에 있어 선수를 향한 패스가 아닌, 비어있는 공간을 활용하여 패스를 주고받았다. 비록 마스다의 슈팅이 서울의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에 막히긴 했지만, 공간 패스와 공간을 향한 침투가 어우러진 훌륭한 공격 전개였다.
축구를 볼 때 시선을 공에만 집중하지 않고 경기장을 전체적으로 보면서 비어있는 공간을 파악해 본다면,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는 척인지 그럴 듯 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패스가 진행될 방향도 예측하게 되고, 어떤 팀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부터는 축구장에서 '공'이 아닌 '공간'을 보며 소리질러보도록 하자.
'측면으로 벌려!!!!! 빈 곳으로 패스해!!!!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란 말이야아!!!!'
[출처] 발로하는 공놀이, 공간을 봐야 축구다|작성자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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