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인터뷰] 'U-17' 최진철, "성적 때문에 육성 포기하면 안돼"

용의꿈 2015. 3. 14. 11:13

[인터뷰] 'U-17' 최진철, "성적 때문에 육성 포기하면 안돼"


[풋볼리스트=파주] 한준 기자= 유소년 및 청소년 축구 지도자에겐 뗄래야 뗄 수 없는 딜레마가 있다. 성적과 육성 사이의 고민이다. 선수의 발전 만을 생각한다면 성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성적에만 집중할 경우 선수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을 내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성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면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대한민국 17세 이하(U-17) 청소년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최진철 감독은 성적과 육성 사이의 접점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지난 해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준우승으로 올해 칠레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출전권'을 얻은 최 감독은 선수들의 발전 속에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해 9월 아시아 대회 이후 U-17 대표팀은 지난 1월 제주도에서 소집되어 수비 조직 훈련을 진행했다. 3월 10일 다시 소집된 U-17 대표팀은 조직력 강화 훈련 및 일본 사닉스컵 출전으로 실전 감각 높이기에 나선다. 10월에 열리는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7개월. 그러나 빈번한 소집이 쉽지 않기에 일분 일초가 아쉬운 상황이다.

'풋볼리스트'는 파주 축구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소집 훈련을 진행 중인 최진철 감독을 만났다. 최 감독의 고민과 지도철학, 그리고 'FIFA U-17 월드컵'을 위한 로드맵을 들어봤다.

- 아시아 대회 준우승 이후 오랜만이다. 우승컵을 놓친 아쉬움이 있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다. 보완하기 위해 이것 저것 많이 알아봤고, 공부도 했다. 팀적으로는 압박과, 개인 수비, 공격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어서 이를 중점적으로 찾아봤다. 팀으로의 힘이 부족했다. 어려운 시점에 선수들이 단계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이다. 감독으로도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느껴서 다양한 옵션 찾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선 아시아 대회의 보완만으로 부족할 것 같다
월드컵 같은 경우 아시아 대회와 달리 우리와 비슷하거나 우리와 앞서는 팀들이 나선다. 수비 후 얼마나 빠르게 역습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 팀의 역습 능력은 다른 어떤 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잘되고 있는 부분은 발전시키고 단점은 더 신중하게 보완해야 한다.

- 이번에 이승우와 장결희를 소집하지 않았다
매번 부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대안도 있어야 한다. 현재 스트라이커,미드필더, 수비 등 중앙 라인의 선수들을 더 찾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고등학교 2학년으로 넘어오면서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찾고 있다. 2,3월에는 국내 대회를 보면서 파악했다. 앞으로도 주말리그를 보러 갈 예정이다. 이 시기에는 이 연령대 선수들이 빠르게 발전하며 두각을 낸다. 이번에도 몇몇 선수들을 새로 선발했고, 기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수들끼리 자극이 되고 경쟁심도 강해졌다. 그러면서 서로 발전하는 부분이 있다. 자꾸 경쟁을 시키려고 한다.



- 아시아 대회에선 공격력이 인상적이었다. 월드컵에선 어떤 축구를 준비하고 있나?

나도 다른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볼을 소유하면서 빌드업 통해 공격하는 축구를 하고 싶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점유율을 높이며 패스 축구를 좋아한다. 다만 더 빠른 템포의 경기 운영을 바란다. 수비 지역에선 횡패스나 안정된 패스를 통해 빌드업을 하고, 상대방 지역 가서는 공간을 찾을 수 있는 빠른 템포의 경기 운영 강조한다. 아직 어린 선수들이기에 근력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았고, 발전하는 선수들이라 부족한 면이 있다. 다들 많이 따라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각했던 부분까지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 지난 해에는 훈련 중 힘을 키우고 강하게 패스 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제는 정확성이 필요한 시기다. 선수들이 빠른 것에 대해선 인지하고 있다. 정확한 타이밍과 패스의 질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빠른 템포를 위해선 생각과 예측이 중요하다. 경기 스피드가 빨라지고, 선수들의 스피드, 볼의 스피드가 빨라지고 있다. 이를 따라가기 위해선 생각의 속도, 즉 예측 능력이 빨라져야 한다.

- 생각을 빠르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상황인식을 잘 해야 한다. 어떻게 여러 상황을 빨리 봐두냐에 따라 어떤 플레이를 할지가 결정된다. 수비수가 붙어 있는 것을 봐 놓지 못하면 공을 잡으면서 템포가 한 번 끊기고 패스 타이밍도 놓친다. 그러면 경기 스피드도 늦어지고, 팀 전체가 느려진다. 주위 상황을 많이 봐두고 미리 생각해야 한다. 우리 선수들의 상황 인식이 느리고, 볼에 시선을 많이 빼앗긴다. 공이 오기 전에 어떤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지, 수비가 얼마나 있는지 보는 것이 부족하다. 수비수는 특히 예측 능력이 중요하다. 상대 공격수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면 스피드가 부족해서 따라갈 수 있다. 스피드 향상에는 한계치가 있지만, 생각의 속도를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없다.

- 단순히 생각을 빠르게 하자는 것 만으로는 실행이 어려울 것 같다
예전의 습관을 생각으로 바꿀 수 있다면 변화를 많이 줄 수 있다. 생각을 미리 해두지 않으면 몸의 변화도 없다. 예측 능력과 스피드를 높이려면 몸의 습관이 중요하다. 생각하고 움직이면 늦다. 커버링과 위치 이동에 대한 움직임을 익혀주고 움직이면서 파악하고 생각해야 한다. 몸이 저절로 움직이면서 생각과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 고개를 돌리며 생각하면 늦다. 대표팀에서 단 시간에 바꾸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도 노력해야 한다. 나 역시 그런 움직이는 습관에 대해 강조하고 많이 얘기해주고 있다.

- 공격 상황에서의 패턴은 어떤가?
빌드업 과정에는 여러 형태의 움직임이 있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기에 얘기를 해주면 그것만 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고정화된 패턴을 시키기 보다 6가지 패턴에 대해 훈련을 한다. 그 형태를 상황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 가도록 한다. 볼을 받을 때 항상 2~3가지 옵션을 이야기해준다.

- 피지컬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소집이 끝나고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주는 미션은 피지컬이다. 아시아 대회도 그렇고 프랑스, 멕시코 대회를 다녀온 선수들은 외국 선수들을 경험해봤다. 스피드, 파워 등 피지컬 차이가 크다. 기술적인 조언도 하지만 개인 과제는 피지컬, 근력 강화 운동을 주고 있다.



- 어린 연령일수록 피지컬 차이로 인한 경기력 차이가 크다. 월드컵에서 성적을 내기 위한 축구와 선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축구는 다를 것 같다

육성과 대회의 결과는 다르다.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결과만 내자면 수비를 잘하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1~2명의 좋은 선수, 빠른 선수를 데리고 역습만 해도 가능하다. 우리 팀에는 이승우 같은 선수가 있어서 그런 축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다른 기술 좋은 선수들이 20세 이후에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육성의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선수들을 제치고 당장 결과를 위한 선수만 데리고 대회에 나가선 안된다. 피지컬은 20세 이후에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지만, 기술적인 부분은 유소년 시기에 해두지 않으면 성인이 된 후 발전이 미미하다. 이 선수들이 파워와 스피드가 붙었을 때를 생각하고 팀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성적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미래도 중요하다. 어느 정도 개인 능력을 가졌는데 피지컬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배제해선 안된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한번 소집했을 때 긴장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제 실력을 못 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그래서 한번 보고 잘 못했더라도 다음 소집에 부르고 싶은 선수들이 있는데 여건상 다 부를 수 없어 아쉬운 점이 있다.

- 월드컵 4강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그렇다면 정말 월드컵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1차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다. 8강을 목표로 갖고 훈련 중이다. 그러나 선수들에게는 어느 정도 높은 목표도 필요하다. 조별리그 통과로 잡는다면 달성 이후 이 정도만 하면 됐다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반대로 더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길 수 있지만, 4강을 목표로 삼는다면 준비 과정에서 선수들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하자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목표의식을 심어주고 싶다는 노림수도 있다. 8강만 가도 좋은 축구를 해낸다면 좋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잘 준비한다면 8강은 갈 수 있다고 본다.

사진=풋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