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분데스리가에 배우자 下] 장애인 편견 없는 문화, 청결한 국민성도 보인다

용의꿈 2014. 10. 21. 16:51

[분데스리가에 배우자 下] 장애인 편견 없는 문화, 청결한 국민성도 보인다


시각장애인 전용좌석 도로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 홈구장인 바이 아레나에 장애인 휠체어가 지나가도록 배려한 관중석 통로. 레버쿠젠(독일)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티켓 보여주세요. 즐거운 관람하세요.”  
모든 얼굴 근육을 뒤틀어가며 어눌한 말투로 또박또박 한 마디 한마디 뱉는 단어에 취재진은 귀를 모은다. 그의 천진난만한 미소에 절로 신명이 난다. 지난 4일(한국시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레버쿠젠의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2014~2015 독일 분데스리가 6라운드 레버쿠젠과 파더보른의 킥오프를 두 시간 여 앞두고 경기장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3만210명이 입장하는 바이 아레나는 이날 시즌 두 번째 홈경기 매진을 기록했다. 매표소부터 입장 통로까지 수많은 팬들이 운집했다. 그런데 눈에 띈 건 VIP와 일부 구역에서 팬을 안내한 건 장애인 자원봉사자. 여러모로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은 관중 입장 과정에서 장애인을 일선에 배치한 건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누구도 불편한 기색 없이 친절하게 소통한다. 12세 이하 유소년 선발을 이끌고 현장을 찾은 MBC꿈나무축구재단 관계자는 “20대로 보이는 한 장애인 남성에게 단체 좌석 안내를 받았는데, 처음엔 놀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데 몸이 불편함에도 침착하게 설명하더라. 매 순간 웃는 얼굴로 대해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독일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는 나라다. 선천적으로 일반인과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으로 여길 뿐이다.” MBC꿈나무축구재단과 동행한 이선구 포어베이츠 슈포호98 코치는 이 같은 상황이 ‘특별한 대우’가 아닌 자연스러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바이 아레나 내부만 들여다봐도 분데스리가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세심한 배려를 하는 지 알게 했다. 국내에서도 장애인 관중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나 좌석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일반인과 동선이 겹쳐 무용지물에 가깝다. 바이 아레나는 아예 장애인 관중 통로를 별도로 구별해놨다. 휠체어를 이용해 경기장에 입장, 관중석에 앉고 퇴장하는 길 자체가 마련된 것이다. 레버쿠젠 홍보 관계자는 경기장 한 가운데 표기된 ‘Die Andere Familie’이란 문구를 가리키며 “또다른 가족이란 의미다. 그 안엔 장애인 등 몸이 불편한 모든 분들도 고정관념 없이 우리의 가족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중석 한쪽에 마련한 시각장애인 전용좌석을 소개했다. 별도 숫자로 표기한 지정석인데, 시각장애자가 현장 분위기를 느끼면서 그들만의 중계방송을 들을 수 있다. “별도로 장내 캐스터와 해설가를 두고 있다. 시각장애자는 이어폰 등으로 자세하게 경기 상황을 묘사하는 중계 방송을 듣는다.”
 

시각장애인 전용좌석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의 홈구장인 바이 아레나에서 설치한 시각 장애인 전용 관중석. 숫자로 표기한 부분은 시각 장애인만 앉도록 해놨다.


보훔-장애인-전용-도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 보훔 홈구장 레비어파워 슈타디온. 관중석 한켠에 장애인 휠체어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길이 나 있다.



2부에 속한 보훔 역시 홈구장인 레비어파워 슈타디온에도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공간을 두고 있다. 다른 구장과 다르게 관중석 측면이 아닌 정면에 할당했다. 특히 휠체어를 끌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도록 지하 통로를 이용해 직선 보행만 하도록 했다. 대대수 구단이 장애 유형에 맞는 관중석을 구비해놓다 보니 장애인도 자원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구단에선 편견 없이 그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며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대구FC 홍보마케팅 프런트로 일하다가 독일로 유학온 박종민 씨는 “국내 구단도 장애인의 스포츠 관전을 위한 노력을 나름대로 하고 있는 건 맞다. 다만 독일은 사회 전체가 장애인을 배려하는 게 습관처럼 돼 있다 보니 서로 충성도가 높은 것 같다. 축구장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여기니 일반인 못지 않게 장애인 관중의 축구 사랑도 남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분데스리가 관중석

지난달 27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마인츠에 있는 코파스 아레나서 열린 2014-2015 분데스리가 6라운드 마인츠와 호펜하임의 경기에서 하프타임 때 관중석 뒷편 풍경. 맥주와 소시지, 담배를 즐기는 팬들이 즐비하고, 쓰레기통 설치도 돼 있지 않으나 깨끗하다.


분데스리가 관중석 풍경2



독일 축구의 또 하나의 특징이 드러나는 건 관중석. 뜨거운 응원 열기야 두말할 필요 없다. 무엇보다 청결성이 두드러진다. 지난달 27일 마인츠의 코파스 아레나에서 열린 마인츠와 호펜하임전을 찾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관중석 곳곳에서 맥주와 소시지, 담배 등을 즐기는 팬들이 많았지만, 쓰레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프타임 때 서포터스석 뒷편을 둘러봐도 쓰레기통 하나 설치돼 있지 않지만 깨끗하다. 마인츠 한 관계자는 “경기가 끝나면 팬들이 쓰레기를 모아 밖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린다. 아예 (집에)가져가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또 독일 내 프로이센 군사문화가 오랜 기간 뿌리 내린 결과라고도 강조했다. 프로이센 군대를 유럽 최정예군으로 육성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의 군사문화, 그중 준법정신이 독일인의 DNA에 남겨졌다는 것이다. 도로에서든 거리에서든 교통신호를 잘 지키고, 휴지 한 조각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 질서로 이어졌다. 특히 유치원 교육에서도 놀이 후 정리정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 같은 정서는 아무리 흥분이 고조된 축구장이라고 해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아직 장애인을 나와 다른 존재로 여기고, 경기장 내 쓰레기 더미에 한숨 쉬며 전광판에 경고 문구를 알리는 국내 스포츠 문화가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마인츠·레버쿠젠(독일)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