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판정논란, 본질은 심판에 대한 '신뢰'다
[일간스포츠 윤태석]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이 또 다시 판정 논란으로 시끄럽다.
전남 스테보는 18일 서울과 홈경기에서 1-2로 뒤진 종료직전 현영민의 크로스를 받아 오른발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그러나 오프사이가 선언됐고 전남은 그대로 졌다. 느린화면을 보면 오심이다. 프로축구연맹도 인정했다. 다음날인 19일, 울산 이용은 상주와 홈경기에서 1-1이던 후반 23분 페널티박스에서 돌파하다가 상주 곽광선에 밀려 넘어졌다. 주심은 PK를 선언했다. 울산은 이 PK를 성공해 가까스로 이겼다. 이 역시 프로연맹은 오심으로 공식 결론냈다. 두 개의 오심으로 울산은 지옥에서 살아돌아왔고 전남은 치명타를 입었다. 울산은 26일 최종전에서 이기면 상위그룹(1~6위)에 진출할 수 있지만 전남은 자력 6위가 물거품됐다. 당연히 전남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남-서울전 주심이 이민후, 대기심은 유선호였고 다음 날 울산-상주전 주심이 유선호, 대기심이 이민후였다는 부분도 의문이 제기됐다. 한 라운드에 두 명의 심판이 이틀 연속 뒤바뀌어 배정되는 것도 이례적인데 모두 전남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니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다. 프로연맹은 "배정에는 문제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사실 축구는 오심이 나올 수 있는 스포츠다. 오심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하지만 그 오심을 '실수'가 아닌 '고의'로 보는 시선이 팽배한 것이 사태를 키운다.
왜 그럴까.
본질은 '신뢰'다.
올 여름 조용히 지나간 사건이 하나 있다. A심판은 지방에서 열린 B구단과 C구단의 클래식 경기 주심을 봤다.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A주심이 B구단의 직원 D씨와 경기당일 저녁식사를 했다. 투서가 들어와 프로연맹이 사실을 인지했다. 프로연맹은 당일 경기 영상부터 되짚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판정에는 의혹이 없었다고 한다. 조사결과 A심판과 D직원은 예전부터 잘 알던 사이로 오랜 만에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를 했고 사적인 이야기만 나눴다고 한다.
A심판은 전임심판 행동윤리강령을 위반해 현재 무기한 배정정지 상태다. 프로연맹은 작년부터 심판들에게 윤리강령을 엄정하게 강조하고 있다. '심판들은 배정 사실을 3자에게 노출하지 않아야 하고 타 심판의 배정을 알려고 해서도 안 된다'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이해 관계자 및 구단 관계자에게 경조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야 한다' '구단 관계자와 식사, 전화 등 일제 접촉을 금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이 강령은 작년과 올초 심판들만 공유하다가 해당 사건이 터진 뒤 각 구단에도 회람됐다.
물론 심판도 사람이다. 구단 관계자나 지도자 중에 지인도 많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 차 한 잔, 식사 한 끼 할 수 있다 치자. 그러나 한창 시즌 중에 그것도 경기 당일 자신이 휘슬을 분 경기의 구단 관계자와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신 행위는 상식 밖이다. 이 말을 들은 다른 구단 관계자나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하겠나. 심판들은 자신들이 왜 K리그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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