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슈틸리케 남자’ 이윤규 통역사의 ‘꿈과 도전’

용의꿈 2015. 8. 26. 10:59

 

 

‘슈틸리케 남자’ 이윤규 통역사의 ‘꿈과 도전’


마치 바늘과 실처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옆을 떠나지 않는 한 남자가 있다. 바로 슈틸리케 감독의 통역사 이윤규 대한축구협회 사원이다. 대기업의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대한축구협회 계약직 사원으로 살고 있는 그는 망설임 없이 “꿈꾸던 일을 해서 행복하다”라고 말한다.

기자회견장, 훈련장 그리고 심지어 경기장 벤치에까지. 슈틸리케 감독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이 사원이 함께 한다. 그가 없다면 슈틸리케 감독은 언론과, 선수들과 편하게 소통 할 수 없다. 이 사원이 슈틸리케 감독의 귀와 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따지고 보자면 그는 슈틸리케 감독이라는 주연 뒤에 선 조연이다. 그 자신이 언론에 노출될 일은 많지 않다. 그런 그가 처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나섰다. 드림KFA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25일 파주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 강당에서 드림KFA 참가자들 앞에 선 이윤규 사원은 ‘축구행정가로의 떨리는 발걸음’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윤규 사원은 슈틸리케 감독의 옆을 떠나지 않는다.

 

대기업 대리에서 대한축구협회 계약직으로

지난해 10월 대한축구협회에 입사하기 전까지 그는 현대자동차그룹 기획조정실 글로벌인사지원팀의 대리로 일하고 있었다. 고액 연봉이 보장된 대기업 직원이었던 그는 과감히 사표를 쓰고 대한축구협회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해 슈틸리케 감독의 통역사가 됐다. 연봉이 뚝 떨어진 것은 당연했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축구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 사원은 “단 한 번도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라고 힘을 줬다. 축구계에서 일하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윤규 사원의 이력은 특이하다. 어렸을 때부터 모 기업의 주재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세계 각지를 다녔다. 미국, 브라질, 잉글랜드, 포르투갈, 독일 그리고 스페인까지. 다양한 나라에 살며 그 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익혔다. 주로 축구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나라에 살았기에 자연스럽게 축구를 좋아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축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에 살면서부터다. 이 사원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스페인에 살았었는데, 친구들이 매일 축구 얘기만 하더라. 이후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2001년부터는 브라질에 살았다. 브라질은 스페인보다 더욱 축구에 대한 애정이 큰 나라였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우승을 할 때에도 브라질에 있었다. 독일에 살 때는 매주마다 분데스리가를 보러 다녔다. 축구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축구 관련 직업을 꿈꾸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입사를 택한 것도 축구 관련 마케팅을 많이 하는 회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배치된 부서는 스포츠 마케팅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아쉬웠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2010년 현대자동차그룹에 입사해 2014년까지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런데 그는 2014년 10월 돌연 사표를 던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통역사에 지원해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자신의 꿈을 좇기로 결심한 그는 대한축구협회에 입사했다.

이 사원은 슈틸리케 통역사로서의 삶에 대해 “힘들지만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주말과 공휴일에도 거의 쉬지 못한다. 통역을 하고 때로는 운전을 하고 가끔은 행정적인 업무도 한다. 그렇지만 이 일이 즐겁다. 이전 회사를 다닐 때에는 업무를 보지 않을 때 틈틈이 축구 관련 기사들을 찾아봐야 했다. 주말에도 사비를 들여서 축구를 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축구가 곧 일상이다. 이 일을 택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 사원은 드림KFA 참가자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라!

이윤규 사원이 강의를 진행하며 가장 강조한 부분은 다양한 경험들을 쌓으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축구 관련 직업을 꿈꾸며 많은 준비를 해왔다. 꾸준히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해 온 덕분에 대한축구협회에 입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사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거침없이 도전하는 스타일이었다. 군대를 제대한 직후였던 2007년 4월부터 7월까지는 포르투갈 프로 구단 SL벤피카 마케팅팀에서 근무를 했다. 2009년 1월부터 3개월 동안은 피스컵 안달루시아 조직위원회 대외협력국에서 근무 경험을 쌓았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을 구사하는 언어적 능력이 뛰어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에 입사한 후에도 그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11년 7월에는 자신의 휴가를 반납하고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구단 전북현대에서 열흘 간 홈경기 운영에 관한 현장 업무를 배웠다. 주중과 주말에 두 개의 학원을 다니며 선수 에이전트 자격증을 취득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주관하는 축구 산업 아카데미도 수료했다. 이 사원은 다양한 경험들이 현재 협회 사원으로서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축구와 관련된 일들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이 이 자리에 오는데 그리고 현재 일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많은 경험을 하고 꿈을 위해 노력한다면 여러분들도 분명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드림KFA 참가자들에게 진심어린 당부를 전했다. “저는 이 길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었다. 꾸준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왔다. 만약 계속 대기업에 다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축구 행정가라는 꿈에는 쉽게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여러분들께 전하고 싶은 당부는 크게 세 가지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만나라. 또한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스스로 간절함과 열정이 있는지 잘 생각해 봐라. 모두들 자신의 이름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글= 김태경
사진=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