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의식하면 슬럼프에 쉽게 빠진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큰 대회에서 성과를 거둔 후에는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없어 슬럼프가 찾아올 수 있다.
운동선수에게 동기부여는 경기력을 배가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이를 잘 활용하면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훌륭한 촉매제가 되지만, 자칫 여기에 얽매이다 보면 경기를 그르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설정된 목표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 알아봤다.
성공을 맛보는 순간 슬럼프를 경계하라
몇 달을 준비해 무대 위에 올라, 마음껏 실력을 뽐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막이 내리고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무사히 공연이 끝난 것을 기념해 회식도 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고 허무하다. 누구든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스포츠로 눈을 돌리면 ‘2년차 징크스’가 이와 유사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가능한 대회에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한 선수들의 기량이 하락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성공을 맛보는 순간, 슬럼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목표가 하나밖에 없다면 위험하다
아무런 목표 없이 뛰는 선수는 없다. 명예든 돈이든, 모두가 무언가를 위해 달린다. 문제는 종종 목표를 달성한 후에 발생한다. 서두에서 설명한 대로 그 사례는 다양하다. 축구에선 데뷔한 해 맹활약해 주목을 받았다가 2년차에 슬럼프에 빠지거나, 빅클럽에 입성한 후 전과 같은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딴 후 급격하게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다. 김병준 인하대 체육학과 교수는 “하나의 결과를 최상위 목표로 삼았다가 달성한 선수들이 주로 이러한 현상을 경험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종 목표를 달성했다는 뜻은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목표를 상실한 운동선수는 허탈함을 느낀다. 실제로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간절히 원했던 일이 현실이 되면 어떤 선수들은 허탈하게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내거나 했을 때 같은 감정을 느낀다. 목표 달성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때로는 사후에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중간 단계의 목표를 분할해 세우는 것이다.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는 것보다 여러 가지 목표를 단계별로 세우면 슬럼프를 피해 갈 수 있다. 이를테면 ‘신인왕을 차지한 후 빅클럽으로 이적하겠다. 그 후에는 유럽 진출을 노리겠다’ 같이 상위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지만 한 단계를 통과하면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롱런’한 박지성이나 압도적인 기량으로 몇 년간 세계를 주름잡은 김연아 등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진한 선수들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선수들은 기량도 뛰어나지만 정신력도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선수들도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면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주변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라
주변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선수는 성공을 경험한 후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보통 이들은 목표를 이룬 후 전과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다. 이미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정진해야 할 동기부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평가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지도자, 혹은 가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닌 남에 의해 평가의 기준이 결정되면 쉽게 만족하게 된다. 이 경우 자신을 괴롭힐 수도 없게 된다. 김 교수는 “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일을 한다. 그런데 스스로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생각대로 움직이면 동기부여의 수준이 낮아져 힘든 것을 기피하게 되고, 훈련과도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곧바로 기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상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문상윤은 자신이 금메달리스트가 돼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것보다 한국이 메달을 따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주변에서는 우승했기 때문에 축하한다는 말을 쉽게 한다. 그런데 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대회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목표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는 없었다”며 “이제 다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상윤처럼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흔히 말하는 ‘슈퍼엘리트’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김 교수는 “남이 아닌 자신에게 자극을 받는 선수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 남에게 휘둘리면 퇴보한다. 퇴보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회복하는 속도는 느리다. 스스로 긴장하고 목표를 향해 뛰는 선수야말로 엘리트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11월호 'PSYCHOLOG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정다워(풋볼리스트)
자문=김병준 인하대 교수
사진=FAphotos
성공을 맛보는 순간 슬럼프를 경계하라
몇 달을 준비해 무대 위에 올라, 마음껏 실력을 뽐냈다.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막이 내리고 지인들의 축하를 받으며 기념사진도 찍었다. 무사히 공연이 끝난 것을 기념해 회식도 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고 허무하다. 누구든 한 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스포츠로 눈을 돌리면 ‘2년차 징크스’가 이와 유사하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가능한 대회에서 설정된 목표를 달성한 선수들의 기량이 하락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성공을 맛보는 순간, 슬럼프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목표가 하나밖에 없다면 위험하다
아무런 목표 없이 뛰는 선수는 없다. 명예든 돈이든, 모두가 무언가를 위해 달린다. 문제는 종종 목표를 달성한 후에 발생한다. 서두에서 설명한 대로 그 사례는 다양하다. 축구에선 데뷔한 해 맹활약해 주목을 받았다가 2년차에 슬럼프에 빠지거나, 빅클럽에 입성한 후 전과 같은 기량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큰 대회에서 메달을 딴 후 급격하게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도 있다. 김병준 인하대 체육학과 교수는 “하나의 결과를 최상위 목표로 삼았다가 달성한 선수들이 주로 이러한 현상을 경험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종 목표를 달성했다는 뜻은 더 이상의 동기부여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목표를 상실한 운동선수는 허탈함을 느낀다. 실제로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간절히 원했던 일이 현실이 되면 어떤 선수들은 허탈하게 생각한다. 어렵지 않게 실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운동선수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중요한 프로젝트를 끝내거나 했을 때 같은 감정을 느낀다. 목표 달성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때로는 사후에 관리를 잘하지 못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중요한 게 중간 단계의 목표를 분할해 세우는 것이다.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리는 것보다 여러 가지 목표를 단계별로 세우면 슬럼프를 피해 갈 수 있다. 이를테면 ‘신인왕을 차지한 후 빅클럽으로 이적하겠다. 그 후에는 유럽 진출을 노리겠다’ 같이 상위 단계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지만 한 단계를 통과하면 안주하는 경향이 있다. 아시아인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롱런’한 박지성이나 압도적인 기량으로 몇 년간 세계를 주름잡은 김연아 등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전진한 선수들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이 선수들은 기량도 뛰어나지만 정신력도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선수들도 목표를 하나씩 이뤄가면서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류를 수정하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주변의 기대가 아닌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라
주변의 시선을 과하게 의식하는 선수는 성공을 경험한 후 슬럼프에 빠지기 쉽다. 보통 이들은 목표를 이룬 후 전과 같은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한다. 이미 주변의 기대를 충족시켰기 때문에 정진해야 할 동기부여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평가의 기준이 자신이 아닌 지도자, 혹은 가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닌 남에 의해 평가의 기준이 결정되면 쉽게 만족하게 된다. 이 경우 자신을 괴롭힐 수도 없게 된다. 김 교수는 “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일을 한다. 그런데 스스로의 생각이 아닌 타인의 생각대로 움직이면 동기부여의 수준이 낮아져 힘든 것을 기피하게 되고, 훈련과도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곧바로 기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인천 유나이티드의 문상윤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문상윤은 자신이 금메달리스트가 돼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것보다 한국이 메달을 따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주변에서는 우승했기 때문에 축하한다는 말을 쉽게 한다. 그런데 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번 대회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목표를 달성하기는 했지만, 나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는 없었다”며 “이제 다른 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상윤처럼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는 것은 흔히 말하는 ‘슈퍼엘리트’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다. 김 교수는 “남이 아닌 자신에게 자극을 받는 선수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다. 남에게 휘둘리면 퇴보한다. 퇴보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회복하는 속도는 느리다. 스스로 긴장하고 목표를 향해 뛰는 선수야말로 엘리트라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11월호 'PSYCHOLOGY'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정다워(풋볼리스트)
자문=김병준 인하대 교수
사진=FAphotos
김신욱은 부상을 당했지만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문상윤은 금메달을 따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며 자신을 되돌아봤다.
'축구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평적 사고'를 가진 감독이,창의적인 선수를 만들어 낸다 (0) | 2015.02.24 |
---|---|
이미지 트레이닝이 차이를 만든다 (0) | 2015.01.20 |
성황리에 끝난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4차 강연 (0) | 2014.11.06 |
[스크랩] #. 한국 유소년 축구를 다룬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 (0) | 2014.10.29 |
[인터뷰] 나이키? 아디다스? 나는 세상에 하나 뿐인 '신창축구화'다 (0) | 2014.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