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성황리에 끝난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4차 강연

용의꿈 2014. 11. 6. 09:56

     성황리에 끝난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4차 강연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4차 강연을 마친 후 이동국, 최강희 감독, 박문성 해설위원(사회자)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런 유익한 자리를 1년에 한 번이라도, 지방에서도 정기적으로 마련해주세요.” (강연회에 참석한 학부모)
“바쁘다는 핑계 대지 않고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

대한축구협회가 학부모 및 유소년 선수들을 위해 마련한 강연시리즈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수도권을 벗어나 전주에서 열린 4차 강연에는 최강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이동국이 참가해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5일 전주 덕진예술회관에서 열린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 전주편’에는 800여명의 인파가 모여 대성황을 이뤘다. 약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 모인 관객들은 좌석이 모자라 통로와 빈 공간까지 촘촘히 앉아 강연회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강연회에는 전주 일대의 축구부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들이 참가했다.

대한축구협회 강연시리즈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는 2012년도부터 시행된 학부모 아카데미를 계승해 올해부터 선보였다. 이 강연회는 유소년 축구 선수를 키우는 학부모와 유소년 선수 및 지도자들에게 올바른 길잡이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과 구자철의 아버지 구광회 씨가 참석해 1차 강연이 시작됐다. 5월 열린 2차 강연은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 광주축구협회장이 강연자로 나섰다. 7월 열린 3차 강연에는 박지성과 그의 아버지 박성종 씨가 참가했다. 그리고 이번 4차 강연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가운데 국가대표팀에 몸담았던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문성 해설위원이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본격적인 강연회가 시작됐다.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이 단상 위에 오르자 참가자들의 뜨거운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동국은 최근 K리그 경기 도중 종아리 부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행사에 참석하는 성의를 보였다.

오전 10시30분 시작된 강연회는 참가자들의 질문이 쇄도하는 바람에 오후 1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그러나 참가자 모두 시종일관 힘든 내색 없이 강연회를 맘껏 즐겼다. 최 감독과 이동국은 참가자들에게 유익한 경험담과 조언을 건네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동국이 직접 들려주는 노하우와 경험담은 참가자들의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다.

‘라이언킹’ 노하우 대방출하다

이동국에게는 주로 유소년 선수들이 집중적인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먼저 사회자인 박문성 해설위원이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을 이동국에게 던졌다. 질문은 바로 “발리슛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였다. 그림 같은 발리슛을 자주 터뜨리는 이동국으로부터 직접 노하우를 듣기 위해 참가자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글쎄, 그냥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어릴 때부터 줄곧 최전방 공격수를 맡아왔는데 스스로 고민해봤어요. ‘어떻게 하면 쉽고 간결하게 골을 터뜨릴 수 있을까’ 라고 말이죠. 그래서 찾은 해답이 논스톱 슈팅이었어요. 골키퍼 입장에서도 논스톱 슈팅이 가장 막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꾸준히 개인 훈련을 통해 발리슛을 연습한 게 지금의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슈팅 방법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자 참가자들의 눈빛이 더더욱 빛났다.

“일단 문전에서 골대의 위치와 나의 위치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어느 곳으로 찰 지를 마음 속으로 정하는 거죠. 그리고 발리슛 찬스가 왔을 때는 킥에만 집중합니다. 이미 슈팅하기 전부터 어느 코스로 찰 지를 마음 속으로 결정했기 때문에 슈팅하는 순간에는 오로지 정확한 킥을 위해 볼을 끝까지 쳐다봅니다.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이겠네요.”

학부모와 선수들은 준비해온 메모지에 한 자라도 놓칠까 열심히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른 질문이 이어졌다. “부상을 당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겨냈느냐”는 것이다. 이동국은 그동안 수 차례 발목과 무릎, 허벅지 부상으로 고생했다. 2006 독일월드컵을 앞두고는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동국은 오뚝이처럼 아픔을 이겨내고 정상의 자리를 유지했다. 이동국은 담담한 표정으로 답변했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령 회복에 6개월이 걸리는 부상을 당하면 ‘회복에 1년이 걸리는 부상을 안 당한 게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리고 회복 기간에도 조급한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빨리 복귀하려고 무리하다보면 꼭 부상이 재발하더라고요. 그리고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보강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소에 고무밴드를 이용한 훈련으로 부상당하기 쉬운 부분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는 게 좋습니다.”

이동국은 유소년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해야할 지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파워를 키우거나 체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운동하는 것을 피해야 합니다. 축구하기에 적합한 체력은 평소 팀 훈련을 통해서도 꾸준히 기를 수 있습니다. 선수 스스로 즐기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학부모나 지도자 분들도 너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즐겁게 축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겹쌍둥이 아빠’ 이동국은 딸만 넷이다. 곧 있으면 다섯째 아이도 태어난다. 다섯 아이의 아빠가 되는 이동국에게 “아이에게 운동을 시킬 마음이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당황한 듯 웃어보인 이동국은 “내가 고생하면서 운동했는데 아이들에게도 그런 고생을 시켜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며 농담을 했다. 그러나 이내 “아이가 즐거워하고 좋아해야 시키는 것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면 시켜볼 의향도 있다”며 진심을 이야기했다.
최강희 감독은 특유의 개그 본능을 발휘해 강연회 분위기를 즐겁게 만들었다.

유쾌함-진지함을 오간 ‘입담꾼’ 최강희

평소에도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최 감독은 이날도 개그 본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소속팀 전북 현대에 사위 삼고 싶은 선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한 명 있긴 한데 결혼을 했다. 아이도 많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이동국의 얼굴을 쳐다봤다. 사위 삼고 싶은 선수는 바로 이동국이라는 것을 눈빛과 표정으로 암시했다. 참가자들의 폭소가 터져나왔다.

진지한 질문에도 최 감독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한 축구팬이 “전북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없는 것 같다. 지역 출신 선수를 중용할 의향은 없느냐”는 뼈 있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최 감독은 “질문하신 분이 상당히 공격적이신 것 같다. 방어를 좀 해야겠다”며 깔고 앉은 방석을 방패 삼아 막는 제스처를 취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는 “감독으로서 참 어려운 일이다. 지역 출신의 좋은 선수를 쓰려고 노력도 하지만 내 힘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기량을 증명해보여야 한다. 앞으로도 전북 지역의 선수들을 유심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최 감독은 지도자로서 선수를 대하는 방식, 자신의 선수 생활을 구체적인 에피스드를 곁들여 설명해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선수 생활을 되돌아본 최 감독은 “나는 28세 이후부터 미친 듯이 축구에 매달렸다. 누가 주변에서 이야기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면서 열심히 하게 된 것이다. 여기 계신 학부모나 지도자분들도 선수들이 스스로 즐기고 깨달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진지한 조언을 했다.

2시간을 훌쩍 넘긴 행사가 끝난 후 최 감독과 이동국은 참가자들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강연회는 참가자들에게 뜻 깊고 유익한 시간이 됐다. 이는 최 감독과 이동국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최 감독과 이동국이 참가자들의 열의를 지켜보며 깊은 감명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 강연회는 모두에게 즐거운 추억을 안겨다줬다.


전주=오명철
사진=FAphotos
박문성(가운데) 해설위원이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