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스크랩] 현대 축구에서의 윙백의 역할(上)

용의꿈 2014. 1. 22. 12:50
4년에 한번씩 열리는 월드컵은 현대축구의 전술 변화를 파악하는 데 척도가 되는 대회다. 또 월드컵의 막간에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는 유럽에 국한된 대회이긴 하지만 세계축구에 미치는 전술적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축구의 변화를 엿볼수 있는 중요한 대회로 꼽힌다.

이번 유로 2004는 소위 유럽 축구의 변방이라는 그리스가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결승전까지 무패행진을 이어 역대 유럽선수권 사상 최대 이변을 연출한 대회로 불릴 만큼 여러 말들이 오간 대회였다. 그리스 대표팀 감독인 오토 레하겔은 "이기는 전술이 강한 전술이다"라는 명언을 남기며 이른바 한물간 전술로 알려진 리베로 시스템을 가동해 포르투갈, 프랑스, 체코 등 강호들을 물리치며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자연스럽게 리베로를 포함한 이중수비를 바탕으로 미드필드부터 강한 프레싱을 가하는 조직적인 압박 축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단순히 수비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공을 차단당하면 곧바로 일선부터 수비로 돌아서서 다른 동료 한 명이 막는 사이 다음 공격 루트를 차단하는 유기적인 바꿔맡기가 이번 유로에서 가장 화제가 된 전술이었다.

물론 이미 유로가 종료된 시점에서 여러 매체를 통해 이미 쏟아져 나올대로 나온 그리스의 성공 비결을 다시금 분석해보고자 함은 아니다. 여기서 살펴보고자 하는 점은 현재 세계축구의 강호들, 즉 가장 최근에 열린 메이저 대회였던 유로 2004에서 드러난 참가팀들의 성향은 어떤 것이었으며 이들이 추구하는 축구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분석해보면서 과연 현대축구의 성향은 어떤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규명해보려 한다.

축구는 오락이나 만화 혹은 영화처럼 각본대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종료 스코어가 동일하다 해도 그 내용은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89분 내내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마지막 1분에 역습으로 골을 허용해 0-1로 패한 경우나, 반대로 경기 내내 그라운드를 지배하면서도 단 1골을 뽑는데 그쳐 1-0으로 승리하는 경우를 예로 들 때, 이 2경기는 모두 1-0의 스코어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른 경기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용이 아닌 결과, 즉 골의 수가 모든 것을 말하는 경기가 바로 축구인 만큼 경기에 임하는 모든 팀들은 골을 하나라도 더 성공시키기 위한 전술을 짜내고 또 구상하는 것이다. 즉 아무리 수비 위주의 전술이라 해도 골을 넣지 못하면 이길 수는 없으므로 결국에는 골을 얻기 위한 전술이 계속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축구 경기에서의 시스템인 셈이다.

현대 축구의 대명사는 4백을 중심으로 한 4-4-2 혹은 이의 변형 전술이 주류다. 물론 3백이 현대적인 전술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대부분의 팀들이 4-4-2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90년대 주류를 이루던 3백을 중심으로 한 3-5-2 혹은 그의 변형 전술들이 4백으로 변화되면서 한층 축구는 공격적인 성향으로 변화되어 왔다. 중앙 수비수 3명을 후방에 배치하는 3백에서 중앙 수비수를 2명으로 축소시키고 좌우 윙백들이 수비를 지원하면서 활발한 공격 가담을 해주므로 자연히 공격 가용 인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4백으로 대변되는 현대 축구에서 윙백이란 포지션은 경기 내내 공격 가담도 활발히 하면서 본연의 임무인 수비까지 맡아야 하는 무한한 체력과 공격 가담시 크로스 능력, 수비시 상대 공격수와의 공중볼 혹은 일대일 돌파에서 밀리지 않을 뛰어난 수비력 등을 두루 갖춰져야만 하는 중요한 위치인 셈이다. 이들 윙백들은 과거 3백 시절에는 좌우 양쪽 끝에 위치하던 이른바 윙어들로서 위기시 5백을 구축하는 형태를 간혹 취하긴 했지만 본연의 임무가 공격인 만큼 공격적인 역량이 더 강조되어 왔다. 4백에서 최후의 방어선을 지키게 됨으로써 수비력이 턱없이 부족한 일부 과거 전문 윙어들은 4백이라는 전술에 적응하지 못하고 현재는 소속팀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들도 종종 볼 수 있다.

- 사커라인 차상엽 -
출처 : 축구 전술 연구소
글쓴이 : 김병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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