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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

용의꿈 2015. 6. 13. 12:19

돌아온 ‘왼발의 마법사’ 염기훈

K리그 클래식 개인 득점, 도움 순위 1위에 올라있는 염기훈(32, 수원삼성)의 활약은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염기훈은 자신의 주특기 왼발 프리킥 골로 팀의 승리를 이끌며 베테랑의 품격을 과시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국가 대표팀은 11일 오후 6시 20분(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샤알람경기장에서 열린 UAE와의 친선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전반 44분 염기훈의 왼발 프리킥골로 경기를 이끌던 한국은 후반 15분 터진 이용재(24, V바렌나가사키)의 A매치 데뷔골까지 보탰다. 경기종료 직전 이정협(24, 상주상무)의 쐐기골까지 더하며 한국은 3-0 대승을 거뒀다.

선제골의 주인공 염기훈은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2선 공격진영 중앙에서 경기를 시작한 뒤 왼쪽 측면을 오가며 한국의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현재 K리그 클래식 13경기에 나서 7골 6도움을 기록중인 그는 역시나 가벼운 몸놀림으로 UAE의 문전을 위협했다.

프리킥과 코너킥 전담 키커로 나서 녹슬지 않은 날카로운 왼발 슈팅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전반 32분 이재성이 페널티박스 오른쪽 측면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강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정확히 문전을 향한 공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염기훈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또 한번의 프리킥 기회는 전반 44분에 찾아왔다. 이용재가 아크 정면에서 재치있게 파울을 유도했다. 역시 키커로는 염기훈이 나섰다. 그 순간 선수들 사이에는 정확한 약속된 플레이가 펼쳐졌다. 염기훈이 왼발 슈팅을 낮은 각도로 찼고, 벽을 이루고 있던 이용재가 재빠르게 앉아 볼의 활로를 열었다. 염기훈의 슈팅은 그대로 왼쪽 골망 구석에 꽂혔다.

염기훈의 4번째 A매치 득점이 터진 순간이었다. 염기훈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득점을 기록한 것은 무려 2666일만이다. 2008년 2월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상대로 터트린 골 이후로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염기훈의 A매치 득점은 없었다.

이렇게 오랜만에 A매치 득점이 터졌다는 것은 염기훈이 올 시즌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만 32세의 염기훈은 노장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이번 A대표팀 명단만 보더라도 곽태휘(34, 알힐랄)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염기훈이 보이는 움직임과 기회를 살리는 능력은 어린 선수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다.

개인기록만 보더라도 염기훈은 전성기 그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염기훈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때는 2011년이다. 당시에도 수원 소속이었던 염기훈은 29경기에서 9득점 14도움을 기록했다. 올해는 13경기에서 7득점 6도움을 기록 중이다. 공격포인트 기록 흐름은 4년전보다 훨씬 좋다. 현재 K리그 클래식 개인 득점과 도움 부문 1위에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에게 나이는 전혀 걸림돌이 아니었다.

홍명보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해 1월 미국, 브라질 전지훈련 이후 1년 5개월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염기훈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다부졌다. “이번 소집에 해외파 선수들이 많이 빠진만큼 K리거로서, 고참으로서 책임감이 크다. (제 실력이) 어린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하던 염기훈은 45분 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여전한 실력을 증명해냈다.


글= 김태경
사진=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