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퓨처 레프리 해외연수 다녀온 장순택 심판
장순택 심판은 이번 월드컵 퓨처 레프리 해외연수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말했다.
월드컵 심판을 배출하려는 대한축구협회의 노력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당장 2018 FIFA 러시아월드컵에 한국 심판진을 파견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월드컵 심판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는 2014년 말부터 본격 가동됐다. 김종혁 주심을 비롯한 한국 심판진은 지난해 11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에 배정돼 월드컵 심판을 향한 꿈에 한 걸음 다가섰다.
협회는 당장 가능성 있는 인재를 지원하는 ‘월드컵 심판 퓨처 트리오 프로젝트’ 말고도 중장기적인 과제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바로 가능성 있는 젊은 심판을 조기에 발굴해 축구 선진국의 교육을 접할 수 있게 하는 ‘월드컵 퓨처 레프리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다. 협회는 현재 U리그에 참가하는 1,2급 심판 중 최종 5명을 선발해 영국 맨체스터로 연수를 보냈다. 해외연수는 2015년 12월 중순, 일주일 동안 진행됐다.
당시 교육 참가자 중 장순택(26) 심판을 2016년 1월초에 만났다. 지난 2013년에도 협회의 지원을 받아 영국 연수를 다녀왔다는 장 심판은 “이번에는 뽑힐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또다시 좋은 기회를 얻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장 심판은 이번 해외연수를 앞두고 지난해 11월 파주 NFC에서 열린 해외강사 초청교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후보에 올랐고 최종 선택을 받아 맨체스터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지인의 소개로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8년에 심판 자격증을 딴 장 심판은 군입대 기간을 제외하면 5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심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1급 심판으로 U리그 뿐만 아니라 각종 전국대회를 누비며 매년 70경기 가량을 소화하고 있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는 그는 2013년에 이어 또다시 얻은 소중한 해외연수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다음은 장 심판과의 일문일답.
U-18 프리미어리그 경기 직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교육참가자들의 모습. 맨 왼쪽이 장순택 심판이다.
- 심판을 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알던 형이 심판을 했는데 ‘이거 용돈 받으며 좋아하는 축구도 실컷 볼 수 있어 좋다’며 추천해줬다. 아무 생각 없이 고3 때 심판 자격증을 따놓고 수능 준비하느라 한동안 묵혀뒀다. 수능 끝난 후 1년 동안 심판으로 활동하고 군대에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전국 팔도를 열심히 돌아다녔다. 내가 원래 버스를 잘 못 탔는데 이제 두세 시간 정도 버스 타는 건 일도 아니다.”
- 월드컵 퓨처 레프리 해외연수에는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
“파주에서 작년 11월 말에 30여명이 교육을 받았다. 당시 해외강사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는데 교육이 끝난 후 해외강사들이 해외연수 후보자를 선정했고 이 중에서 협회가 최종 5명을 선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협회로부터 교육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문자를 받고 얼떨떨하면서도 기뻤다. 사실 2013년에도 협회의 지원을 받아 영국에 가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나에게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 기회를 얻었다. 일정표를 봤는데 타이트하더라. ‘진짜 제대로 교육 받으러 가는구나’라고 느꼈다.”
- 교육은 어떻게 진행됐나.
“맨체스터의 한 호텔에서 이론교육을 받고 인근 운동장에서 체력훈련 및 실기교육을 받았다. 오전 9시부터 점심식사 전까지 체력훈련을 한다. 점심식사 후 3시간 정도 이론교육을 받았다.”
- 체력훈련은 무엇인가.
“연수 막바지에 스토크시티와 맨체스터시티의 U-18 경기, 아마추어 성인리그 경기에 우리를 심판으로 배정하기로 돼있었다. 이를 위해 체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체력을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 앞으로 FIFA 국제심판은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셔틀런(왕복달리기)을 의무적으로 해야한다고 하더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심판은 이미 셔틀런으로 체력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어떤 식으로 체력 관리를 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배웠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장순택 심판이다.
- 이론 교육은 어땠나.
“가장 중요한 오프사이드, 어드밴티지 적용, 집단 충돌시 대응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다. 5명이 가서 그런지 심도 깊게 배울 수 있었고, 토론식이라 의견을 말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5명의 나이대가 비슷해서 눈치 볼 사람 없이 편하게 물어봐 좋았다. 강사들은 워낙 경험이 많아 한 마디 할 때마다 노하우가 느껴졌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동영상을 보며 교육을 하기 때문에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 어떤 점이 인상적이었나.
“여기서는 자국리그 경기인 프리미어리그 동영상을 보며 교육을 받으니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심판교육을 받을 때 K리그 동영상은 잘 안 보여준다. 사실 실수하는 장면이 나오는 동영상도 보며 배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입장에서는 선배들을 비판해야 하는 것이라 입장이 애매하다. 강사님도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그런 게 없다. 옆 사람이 실수하는 장면이 나와도 바로 그 자리에서 ‘저건 잘못 됐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문화였다.
강사 자격으로 참가한 한 영국인 심판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챔피언십(2부리그) 유스팀 경기 심판을 맡았는데 한 선수가 페널티킥 상황에서 속임 동작을 너무 많이 써 경고를 줬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선수가 이미 경고 한 장을 받은 상태라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줘야 했는데, 자신은 그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경기를 그대로 진행하려다 대기심이 이를 이야기해줘 뒤늦게 알고 해당 선수를 퇴장시킨 후 다른 선수가 페널티킥을 차도록 했다고 하더라. 뭐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 같이 간 교육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강사들이 정말 경험이 많은 것 같다고 다들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 교육은 우리 선배들이 받는 게 더 좋겠다고 느낄 정도로 우리에게는 과분하고 좋은 기회였다. 확실히 동기부여도 된다.”
- 실전 경기에 배정된 소감은.
“스토크시티와 맨체스터시티의 U-18 유스팀 경기는 내가 주심을 봤다. 나도 정말 궁금하고 기대됐다. 맨시티라면 세계적으로 잘 하는 선수들을 모았을 테니 보통 U-18 경기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강사가 나보다 더 긴장했다. 이게 연습경기가 아니라 실제 리그경기라 판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강사 말로는 ‘너희가 그동안 하는 걸 보니 잘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조마조마했던 모양이다. 나에게 코인은 가져왔냐고 묻더라(경기 직전 주심이 코인을 던져 킥오프와 진영을 결정한다는 것을 환기하자). 보통 초등학교 경기에 처음 주심으로 들어가는 사람에게 휘슬, 카드, 코인 등을 챙겼냐고 물어본다. 이렇게 기초적인 질문을 할 정도로 걱정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걱정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다행히 경기는 아무 문제 없이 끝났다. 강사도 만족스러웠는지 경기 후 악수하면서 내 뺨을 장난스럽게 때렸다.“
스토크시티와 맨시티의 U-18 프리미어리그 경기 주심을 맡고 있는 장 심판의 모습.
- 유소년 경기의 수준은 어땠나.
“확실히 전술은 별로 없었는데 기량은 좋았다. 그라운드가 미끄러운 데도 불구하고 볼을 잘 잡아놓고 계속 공격을 한다. 템포가 정말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지도자가 뭔가 특별한 전술을 쓰고 지시를 한다기보다 자기들끼리 알아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이었다.”
- 아마추어 성인경기는 어땠는가.
“우리나라의 조기축구회 같았다. 수준이 높은 경기는 아니고 동네에서 공 좀 차는 20~30대들이 모여서 하는 경기였다. 원래는 주심 한 명만 있었는데 우리 덕분에 주,부심에 대기심까지 있어서 그분들이 좋아하더라. 나는 대기심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노리치시티의 경기를 현장에서 관전한 소감은.
“지금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젊은 심판이 이 경기의 주심을 봤다고 하더라. 특별히 잘 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우리나라 심판이 확실히 잘 보는 편이다. 김종혁 심판 등 젊은 심판 분들은 정말 뛰어나다고 본다. 국제 경쟁력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저 선수들과 심판은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함성을 받으며 하니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은 저변이 넓고 리그가 다양하니 그만큼 심판이 많이 필요하고, 많으니까 잘하는 사람도 많다. 또한 리그가 여러 단계로 이뤄져 경쟁을 통한 발전의 여지도 많을 것이다.”
- 월드컵 심판을 향한 꿈에 한 걸음 다가갔다고 느끼나.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월드컵 심판이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된다. 빨리 K3리그, 내셔널리그를 거쳐 K리그로 가고 싶다. 그리고 국제심판이 돼야 월드컵을 꿈꿀 수 있다. 당장 K3리그부터 뛰는 게 급선무다.”
글 = 오명철
사진 = 오명철,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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