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감독론 “지도자는 관찰자이자 심리분석가”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 과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결과다. 사실상 축구계에서 ‘과정이 좋지 않아도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말은 설 자리가 별로 없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단체 운동이고, 이들을 조합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바로 경기력으로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2015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공이다. 한국에서 치른 2002 한일 월드컵을 제외하면, 한국은 단 한 번도 원정에서 토너먼트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를 제한하던 보이지 않는 유리벽을 깨뜨린 이는 허정무 감독(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이하 허 감독)이다. 허 감독은 한국인 감독 최초(아직까지 유일하게)로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사람이기도 하다.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진돗개’
사실 허 감독의 색깔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허 감독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이름을 아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선수들을 강하게 밀어 붙이고, 끝없이 정신력을 강조하는 유형의 용장(勇將). 하지만 이는 허 감독을 반만 설명하는 문장이다. 허 감독 자신도 “예전에는 강하게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라고 고백할 정도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성공과 토너먼트에서의 수많은 우승은 다른 면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이들은 강력한 체력으로 디에고 마라도나를 밀어 붙였던 선수 허정무만을 기억하지만, 선수 허정무는 기술이 좋아 드리블 돌파를 즐겼던 것처럼 말이다.
“편애는 팀을 망치는 지름길”
허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처음부터 가장 강조한 것은 팀에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는 “선수단에서 큰 소리가 자주 나면 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라며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이동국, 기성용, 이청용 등 스타들을 하나로 묶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부분이 기초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개성이 강한 스타들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은 별다른 게 아니라고 했다. 결국 기본적인 부분에서 감독이 신뢰를 주면 선수들은 알아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편애(偏愛)다. 내 마음이 어떤 선수에게 좀 더 쏠리더라도 그런 모습을 노출하지 않아야 하고, 항상 같은 기준에서 선수를 다뤄야 한다. 조금이라도 뭔가가 쏠리면 선수들은 정말 귀신처럼 안다. 선수들에게는 성공과 실패를 오고 가는 문제다. 항상 공평하게 선수들을 대하고, 선수들이 스스로 ‘기회만 잡으면 내가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팀이 강해진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해도 어차피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가 뛸 텐데’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게 되면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편애는 팀이 무너지는 지름길이다.”
허 감독은 계속해서 대표팀을 힘들게 했던 ‘해외파 논란’도 이런 부분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사실이야 어쨌든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감독의 잘못이다.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니까. 물론 ‘나는 너희들을 공정하게 대하겠다’는 말을 감독이 할 필요는 없다. 평등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이다.”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지 않는 진돗개’
사실 허 감독의 색깔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허 감독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이름을 아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다. 선수들을 강하게 밀어 붙이고, 끝없이 정신력을 강조하는 유형의 용장(勇將). 하지만 이는 허 감독을 반만 설명하는 문장이다. 허 감독 자신도 “예전에는 강하게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라고 고백할 정도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성공과 토너먼트에서의 수많은 우승은 다른 면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많은 이들은 강력한 체력으로 디에고 마라도나를 밀어 붙였던 선수 허정무만을 기억하지만, 선수 허정무는 기술이 좋아 드리블 돌파를 즐겼던 것처럼 말이다.
“편애는 팀을 망치는 지름길”
허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처음부터 가장 강조한 것은 팀에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는 “선수단에서 큰 소리가 자주 나면 팀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라며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팀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이동국, 기성용, 이청용 등 스타들을 하나로 묶어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부분이 기초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 감독은 개성이 강한 스타들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은 별다른 게 아니라고 했다. 결국 기본적인 부분에서 감독이 신뢰를 주면 선수들은 알아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편애(偏愛)다. 내 마음이 어떤 선수에게 좀 더 쏠리더라도 그런 모습을 노출하지 않아야 하고, 항상 같은 기준에서 선수를 다뤄야 한다. 조금이라도 뭔가가 쏠리면 선수들은 정말 귀신처럼 안다. 선수들에게는 성공과 실패를 오고 가는 문제다. 항상 공평하게 선수들을 대하고, 선수들이 스스로 ‘기회만 잡으면 내가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경쟁구도가 만들어져야 팀이 강해진다.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해도 어차피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가 뛸 텐데’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게 되면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편애는 팀이 무너지는 지름길이다.”
허 감독은 계속해서 대표팀을 힘들게 했던 ‘해외파 논란’도 이런 부분에서 나왔다고 지적했다. “사실이야 어쨌든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감독의 잘못이다. 책임은 감독이 지는 거니까. 물론 ‘나는 너희들을 공정하게 대하겠다’는 말을 감독이 할 필요는 없다. 평등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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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시드니 올림픽은 허 감독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감독은 관찰자가 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허 감독은 강성이다. 아니 강성이었다. 적어도 2000 시드니 올림픽까지는 그랬다. 당시 허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화려했다. 김용대, 고종수,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김도훈, 최태욱 등 대부분이 2002 한일 월드컵 주역이 된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당시 프레드락 미야토비치가 버티던 유고대표팀과의 친선전에서 두 번 모두 무승부를 거두는 등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본선에서도 첫 경기인 스페인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모로코와 칠레를 연달아 잡으며 2승 1패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2승은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다승이었다. 하지만 골득실에서 뒤지면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는 허 감독에게도 큰 충격이었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정말 속이 상했다. 정말 이게 뭐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독이 자만 했구나’라는 자책도 들었다. 그렇게 지도자로서의 나를 돌아보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강공만이 공격은 아니다. 강공 일변도면 막히기도 쉽고, 부러지기도 쉽다. 선수 관리든 축구든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허 감독은 이 사건 뒤에 더 세밀한 맞춤 지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감독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사람이고, 선수들이 스스로 느껴야 팀이 잘 돌아간다”라고 수 차례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선수마다 특징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감독은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 감독은 “선수들을 다 다르게 대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서 감독은 관찰자가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됐다. 당시에는 옳은 말을 하는데 선수들이 왜 듣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질문에 그치지 않고 연구를 하다 보니 결국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것을 알게 됐고, 체감하게 됐다.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선수가 ‘아, 또 잔소리야’라고 생각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듣는 선수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다’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둘 사이는 천지차이다. 항상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허 감독은 강성이다. 아니 강성이었다. 적어도 2000 시드니 올림픽까지는 그랬다. 당시 허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은 화려했다. 김용대, 고종수,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김도훈, 최태욱 등 대부분이 2002 한일 월드컵 주역이 된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당시 프레드락 미야토비치가 버티던 유고대표팀과의 친선전에서 두 번 모두 무승부를 거두는 등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본선에서도 첫 경기인 스페인전에서 0-3으로 패한 뒤 모로코와 칠레를 연달아 잡으며 2승 1패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 2승은 한국 올림픽 역사상 최다승이었다. 하지만 골득실에서 뒤지면서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는 허 감독에게도 큰 충격이었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정말 속이 상했다. 정말 이게 뭐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독이 자만 했구나’라는 자책도 들었다. 그렇게 지도자로서의 나를 돌아보면서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강공만이 공격은 아니다. 강공 일변도면 막히기도 쉽고, 부러지기도 쉽다. 선수 관리든 축구든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허 감독은 이 사건 뒤에 더 세밀한 맞춤 지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감독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느끼게 하는 사람이고, 선수들이 스스로 느껴야 팀이 잘 돌아간다”라고 수 차례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선수마다 특징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감독은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 감독은 “선수들을 다 다르게 대해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렵다. 그래서 감독은 관찰자가 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됐다. 당시에는 옳은 말을 하는데 선수들이 왜 듣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질문에 그치지 않고 연구를 하다 보니 결국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것을 알게 됐고, 체감하게 됐다.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선수가 ‘아, 또 잔소리야’라고 생각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듣는 선수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다’라고 느끼게 해야 한다. 둘 사이는 천지차이다. 항상 선수들이 긍정적으로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허 감독은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한 후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심리분석가 혹은 연극배우가 돼야 한다”
허 감독은 그렇게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한 후에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강한 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좀 강하게 표현하자면 감독은 선수들과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심리 싸움을 한다.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는 거다. 거기서 승리하면 좋은 팀이 된다. 선수들이 ‘우리 선생님 말씀대로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선수에 따라 다른 방법을 구사하고, 때에 따라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의지가 약한 선수는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잘한다”라고 엉덩이를 두드려줘야 하고, 쉽게 만족하는 선수에게는 잘 했더라도 “아직 부족하다. 더 해줘야 한다”라고 짐짓 야단을 쳐야 한다는 것. 그는 “사실 아주 머리가 터질 지경일 때도 있다. 화가 나는데 웃으며 칭찬을 해줘야 하고, 칭찬해주고 싶은데 화를 끌어내야 한다. 어떻게 이야기하면 연극배우가 돼야 한다고 할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아르센 벵거, 주제 무리뉴, 거스 히딩크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같은 명장들도 이런 부분에서 뛰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이들은 모두 선수들이 의지를 불사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대가”라고 했다.
허 감독은 그렇게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한 후에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강한 팀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좀 강하게 표현하자면 감독은 선수들과 하루 종일, 일년 내내 심리 싸움을 한다.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는 거다. 거기서 승리하면 좋은 팀이 된다. 선수들이 ‘우리 선생님 말씀대로 하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선수에 따라 다른 방법을 구사하고, 때에 따라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고 했다. 의지가 약한 선수는 마음에 차지 않더라도 “잘한다”라고 엉덩이를 두드려줘야 하고, 쉽게 만족하는 선수에게는 잘 했더라도 “아직 부족하다. 더 해줘야 한다”라고 짐짓 야단을 쳐야 한다는 것. 그는 “사실 아주 머리가 터질 지경일 때도 있다. 화가 나는데 웃으며 칭찬을 해줘야 하고, 칭찬해주고 싶은데 화를 끌어내야 한다. 어떻게 이야기하면 연극배우가 돼야 한다고 할까”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아르센 벵거, 주제 무리뉴, 거스 히딩크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같은 명장들도 이런 부분에서 뛰어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이들은 모두 선수들이 의지를 불사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대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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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줬다.
“주장과 베테랑을 이용하라”
허 감독은 자신이 언급한 지도자로서의 기술을 모두 구사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후배 지도자들이 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자세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주장을 선택하는 것도 전략 혹은 능력이다. 그리고 베테랑을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허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주장을 선정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사실 나는 마음 속으로 (박)지성이를 주장으로 낙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치들은 연장자인 (이)영표와 (이)운재를 점 찍었던 거다. 그래서 회의를 하다가 ‘그럼 고참들만 모아서 티타임을 갖자. 그 친구들도 분명 지성이를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영표에게 처음으로 ‘주장은 누가 하는 게 좋겠냐? 다들 네가 적격이라는데?’라고 묻자 ‘지성이가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운재도 다른 선수들도 모두 동의했다. 같이 있던 지성이도 웃더라. 지성이는 당시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었다. 조용하게 이야기하더라도 모두 지성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상황이었다. 주장으로서 가장 적합했다. 내가 한 건 지성이가 내게 뭐든 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것뿐이다. 나머지는 지성이가 다 알아서 했다.”
허 감독은, 지도자가 베테랑들을 믿어주고,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안)정환이, 운재, (이)동국이, (김)남일이에게는 미안하다. 그 아이들을 불러놓고 ‘너희들이 중요하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뛸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지만, 팀을 위해 노력해다오’라고 말했었다”라며 “그 친구들이 마지막까지 정말 잘해줬다. 특히 운재는 (정)성룡이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나.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잘해줬다”라고 털어놨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성공은 그렇게 이뤄진 것이었다. 허 감독은 관찰하고, 움직이게 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그의 표현대로 “선수들이 다 알아서”했다. 감독은 말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고, 느끼게 하는 자리다. 허 감독의 말은 울림이 있었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8월호 '최고의 감독'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 류청
사진 = FAphotos, 대한축구협회
허 감독은 자신이 언급한 지도자로서의 기술을 모두 구사해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성과를 냈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후배 지도자들이 쓸 수 있는 실용적이고 자세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주장을 선택하는 것도 전략 혹은 능력이다. 그리고 베테랑을 잘 활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허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주장을 선정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사실 나는 마음 속으로 (박)지성이를 주장으로 낙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치들은 연장자인 (이)영표와 (이)운재를 점 찍었던 거다. 그래서 회의를 하다가 ‘그럼 고참들만 모아서 티타임을 갖자. 그 친구들도 분명 지성이를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다를까 영표에게 처음으로 ‘주장은 누가 하는 게 좋겠냐? 다들 네가 적격이라는데?’라고 묻자 ‘지성이가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운재도 다른 선수들도 모두 동의했다. 같이 있던 지성이도 웃더라. 지성이는 당시 세계 최고의 팀에서 뛰고 있었다. 조용하게 이야기하더라도 모두 지성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상황이었다. 주장으로서 가장 적합했다. 내가 한 건 지성이가 내게 뭐든 말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 것뿐이다. 나머지는 지성이가 다 알아서 했다.”
허 감독은, 지도자가 베테랑들을 믿어주고, 그들과 소통해야 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사실 (안)정환이, 운재, (이)동국이, (김)남일이에게는 미안하다. 그 아이들을 불러놓고 ‘너희들이 중요하다. 솔직히 이야기해서 뛸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지만, 팀을 위해 노력해다오’라고 말했었다”라며 “그 친구들이 마지막까지 정말 잘해줬다. 특히 운재는 (정)성룡이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겠나.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끝까지 잘해줬다”라고 털어놨다.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성공은 그렇게 이뤄진 것이었다. 허 감독은 관찰하고, 움직이게 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그의 표현대로 “선수들이 다 알아서”했다. 감독은 말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고, 느끼게 하는 자리다. 허 감독의 말은 울림이 있었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8월호 '최고의 감독'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 류청
사진 = FAphotos,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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