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이야기

배우겠다는 손흥민, 돕겠다는 염기훈

용의꿈 2015. 6. 9. 14:59


배우겠다는 손흥민, 돕겠다는 염기훈

         

대표팀의 간판 스타 손흥민(23, 레버쿠젠)과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는 염기훈(32, 수원삼성)이 만났다. 두 선수는 같은 포지션 내에서의 경쟁을 뛰어넘어 팀의 승리를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8일 오전 파주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로 모였다. 6월 A매치 2연전을 위한 소집이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11일 말레이시아에서 UAE와 친선경기를 치른 뒤 태국으로 이동해 미얀마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한 첫 발걸음을 시작한 이번 대표팀에는 유독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다. 군사훈련과 부상으로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 박주호(이상 마인츠05)를 비롯해 9명의 주축 선수 차출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염기훈 역시 슈틸리케호에 처음 승선했다. 염기훈이 A대표팀 명단에 오른 것은 홍명보 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지난해 1월 미국, 브라질 전지훈련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오랜만이지만 그의 발탁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염기훈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선수다. 현재 리그 13경기에서 7득점 6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순위와 도움 순위 모두 1위에 올라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일 대표팀 명단발표 기자회견에서 “만 32살인 염기훈을 발탁하는데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리그 득점과 도움 1위에 올라있는 선수를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소속팀에서 좋은 성과를 보인 선수에게는 합당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며 리그에서의 활약에 염기훈의 발탁 이유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오랜만에 파주NFC에 입소하는 염기훈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그는 “슈틸리케 감독님을 처음 뵙게 됐다. 대표팀에 오랜만에 들어오다 보니 처음 보는 선수들도 있다. 설렌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님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대표팀 합류 소감을 밝혔다.

염기훈의 합류로 손흥민이 붙박이 주전으로 나서던 왼쪽 날개에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염기훈의 도전장을 받게 된 손흥민은 여유로웠다. 손흥민은 “제가 설명 드리지 않아도 (염)기훈이 형은 K리그에서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며 라이벌의 실력을 인정하는 한편 “감독님이 저와 기훈이 형을 어떻게 활용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경쟁이라기 보다는 배운다는 입장에서 함께 손발을 맞추고 싶다”며 경쟁보다는 조화를 강조했다.

염기훈은 손흥민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염기훈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주전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 하지만 이제는 주전뿐만 아니라 리저브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벤치에 앉더라도 제 역할에 충실해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싶다”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주전경쟁을 차치하더라도 이번 대표팀에서 두 선수의 역할은 중요하다. 손흥민은 주전 선수들이 대거 빠진 대표팀 내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활약을 펼쳐야 하고, 염기훈은 베테랑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에 두 선수는 나란히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손흥민은 “경기장에 들어가면 형들과 서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미얀마전은 월드컵 예선 첫 경기이기 때문에 지난 브라질월드컵에서의 아픔을 잘 되새기며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힘을 줬다. 염기훈 역시 “기존에 많이 손발을 많이 맞춘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빠졌기 때문에 K리거들이 그 자리를 잘 메워야 한다. 저 역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형으로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겠다”라며 노장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파주= 김태경
사진=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