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프리킥이 경기를 지배한다 - 전가을의 프리킥

용의꿈 2016. 1. 14. 10:18

프리킥이 경기를 지배한다 - 전가을의 프리킥

 

중요한 경기의 절체절명의 순간 얻어낸 프리킥을 차는 키커의 발끝에는 팀의 운명이 걸려 있다. 팀플레이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축구에서 프리킥만큼은 개인의 능력에 대한 비중이 크고 프리킥을 성공했을 때 느끼는 짜릿함 역시 배가된다. 한일전에서 인상적인 프리킥 골을 만들어낸 전가을은 그때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전가을만의 프리킥 비법은 무엇이 있을까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직감으로 성공시킨 프리킥 골
한일전. 경기 종료가 임박한 상황. 승리를 이끄는 결정적 플레이. 어떤 종목의 선수든 평생 간직할 만한 순간이다. 전가을에겐 지난해 8월 4일 ‘2015 동아시안컵’에서 그 순간이 찾아왔다. 1-1로 추가시간에 접어들었을 때 프리킥 기회가 났고, 일반적으론 슛을 시도하기 힘든 30m 넘는 거리에서 기습적으로 날린 슛이 그대로 골 망을 흔들었다. 전가을의 프리킥 능력이 모두에게 각인된 순간이다. 
이날 경기 종료를 12분 남기고 교체 투입됐던 전가을은 “직감에 따라” 찬 프리킥으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동료들의 머리에 맞춰주려던 생각은 공을 놓고 골대를 바라볼 때 즉흥적으로 바뀌었다. “마지막 찬스구나. 내가 넣어야겠구나, 싶었다.” 마침 골키퍼가 남겨 놓은 공간이 커 보였다. 잘 들어가는 날의 감각이었다. 평소 직접 프리킥을 시도하는 거리보다 멀었다는 것도 나중에 영상을 보고서야 확인했다.

비법 1: 무게중심
전가을에게 프리킥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묻자 먼저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많이 차 봐야 한다. 그래야 자기 느낌을 안다.” 전가을이 한창 축구를 배울 때는 이천수가 프리킥으로 가장 유명했기 때문에 그 영상을 따라하며 많이 연습했다고 한다. 그 외엔 딱히 말이 없었다. 프리킥을 차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었다. 더 구체적인 조언을 받기 위해 다양한 질문을 날리자, 짧은 침묵이 여러 차례 이어진 후에야 ‘킥의 팁’이 몇 가지 돌아왔다.
가장 중요한 건 무게중심이다. 동호인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프리킥을 하늘로 차올리는 것이다. 전가을도 예전엔 자주 그랬고, 심지어 유럽 명문팀 중계에서도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실수는 무게중심의 이동이 서툴 때 나온다. 다리에만 신경 쓰다 몸의 중심이 뒤로 가면 공이 뜨기 쉽다. 몸 전체를 골대 쪽으로 전진시켜야 한다. 그래야 킥하는 순간 공이 충격을 받는 지점과 몸의 무게중심이 가깝게 유지되고, 힘이 잘 전달될 수 있다.

비법 2: 루틴
같은 맥락에서 몸의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 강하게 차겠다, 혹은 회전을 강하게 걸겠다는 욕심이 지나칠 경우 어깨부터 경직된 채로 도움닫기를 하게 되어 땅을 찰 가능성이 높아진다. 혹은 정확한 부분을 차지 못해 오히려 약한 슛이 나가곤 한다. 많은 훈련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킥하는 습관을 들이고, 경기 중에도 프리킥을 차게 되면 일단 평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많은 프리키커들이 루틴(특정한 작업을 위한 일련의 행동. 스포츠에서는 선수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습관이나 방식을 지칭하는 말로 자주 쓰임)을 정해두는 것도 연습할 때의 기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다.

비법 3: 코어 강화
다리가 아니라 몸 전체로 킥을 찬다고 말하는 전가을은 ‘프리킥에 좋은 운동’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도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다리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코어 운동을 해야 한다.” 코어 근육은 복부, 척추, 골반 등 몸의 중심 부분을 이루는 근육이다.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여러 차례 강조했고, 최근엔 일반인 사이에서도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코어를 잘 잡아야 몸에 안정감이 생기기 때문에 원하는 킥이 가능하다. 전가을도 코어 트레이닝을 시작한 후 킥력이 향상되는 걸 느꼈다고 한다.

비법 4: 심리전
프리킥 능력이 어느 정도 붙은 뒤엔 경기 상황에 따라 전략을 짜는 것도 요령이다. 도움닫기를 얼마나 할지, 어떤 각도로 찰지 상황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것이다. 프리킥은 혼자만 차는 것이 아니라 상대 골키퍼와의 심리전이다. 전가을은 학교 운동부 시절 ‘공을 내려놓고 다섯 걸음 뒤로 가서 킥을 한다’는 루틴을 갖고 있었다. 반면 최근엔 한두 걸음만 물러나는 편을 택한다. 도움닫기 거리를 줄이는 대신 상대 골키퍼가 반응할 시간을 빼앗는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한일전에서 넣은 프리킥 골은 골대와 거리가 멀었던 만큼 네 걸음 뒤에서 도움닫기를 한 후 킥을 했다. 

프리킥은 경기를 지배하는 순간
전가을이 한일전 골 다음으로 즐겁게 기억하는 프리킥은 WK리그에서 올렸던 득점이다. 상대는 수원 FMC로 기억한다. 수비벽 전원이 높게 점프할 거라고 예측한 전가을은 머리 위가 아니라 발 아래로 낮고 빠른 슛을 시도했다. 골키퍼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공이 나타났고, 전가을의 의도대로 골 망을 흔들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황선홍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시도했으나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던 기술이었다. 전가을은 자신의 의도가 완벽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에 이 골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상황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것 프리킥의 묘미다.
“축구 경기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런데 프리킥 상황은 모두가 멈춰 있는 가운데 내가 그동안 노력한 모든 걸 한순간에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골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더 짜릿하다.”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 공식매거진 <ONSIDE> 1월호 'TIP'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글 = 김정용(풋볼리스트)
사진 = FApho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