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WC]기니戰 이승우 카드, 아르헨티나 메시처럼 쓰고 싶은데..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에이스 리오넬 메시처럼 타 선수에 비해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 특히 최전방에서 뛰는 주 득점원과 중원에서 동료에게 득점 기회를 공급하는 찬스메이커를 두루 볼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감독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느 소임을 부여해야 팀에 좀 더 보탬이 될지에 대한 고민이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대표팀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어느 위치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보이지만, 왠지 힘이 실리지 않는 듯한 공격이다.

21일 오전 8시(한국 시각), 칠레 라 세레나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라 포르타다에서 열린 2015 FIFA(국제축구연맹) 칠레 U-17 월드컵 조별 라운드 B조 2차전서 한국이 기니를 1-0으로 물리쳤다. 한국은 마음 급한 기니를 상대로 침착한 90분을 보낸 뒤, 후반 추가 시간(90+2′) 오세훈의 결승골로 승점 3승을 획득했다. 이로써 조별 라운드 두 경기에서 2연승(승점 6점)을 기록한 한국은 B조 선두를 지키며 아울러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승우는 유주안과 최전방에서 투 톱 공격진을 이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맡고 있는 소임과 비슷해 보였다. 적극적으로 득점 찬스에 가담하면서도 보다 공격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플레이메이커로서 활약에 좀 더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스코어러로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지난해 AFC(아시아축구연맹) U-16 챔피언십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라 할 수 있겠는데, 보다 수준 높은 팀과 맞상대해야 하는 세계 무대에서는 또래보다 특출 난 개인 기량을 가진 이승우의 다재다능함에 기대를 거는 최 감독의 전술적 포석이라 봐야 할 성싶다. 마치 ‘공격의 토털 패키지’ 메시의 조율 아래 득점 찬스를 엿보는 아르헨티나와 흡사한 상황이다.
이승우는 수차례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모습을 보이긴 했다. 드리블을 시도하다 송곳 같은 패스로 배후로 침투하는 장재원에게 골키퍼와 맞서는 장면을 만든 전반 5분 상황이 바로 대표적이다. 동료에게 패스만 넣어 주는 게 아니었다. 5분 후에는 박상혁의 침투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1대1로 마주하는 찬스를 잡았으며, 후반 17분에는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직접 골문을 겨냥하기도 했다. 골문과 다소 먼 지점부터 골문까지 넓게 커버하며 공격을 주도했다. 기니 수비진에 가장 큰 부담을 준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이승우를 후방에 배치하다 보니 전방에 무게감이 떨어지고, 전방으로 올리면 볼이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기니전에서는 상대의 강한 공격력을 의식해 수비 라인을 다소 내린 탓에, 이승우의 위치를 떠나 공격 전개 상황이 원하는 만큼 매끄럽게 흐르지 못했다. 이승우가 기니 수비진을 파괴할 공격 전술의 마스터 키 구실을 충실히 수행하긴 했어도, 득점을 만들어 가는 데 있어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아르헨티나 속 메시처럼 뛰긴 했으나, 같은 효과가 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최진철호와 아르헨티나의 전력 차가 비교할 수 없을 만치 크기 때문에, 구성상 소임 분담이 가능한 아르헨티나가 메시를 쓰는 법을 그대로 따올 수 없다는 게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날 경기만 해도 그렇다. 이승우는 본인이 선호하는 위치에서 내려와 돌파와 패스를 통해 공격적 팀 플레이에 주력했으나, 애석하게도 최진철호에는 세르히오 아게로나 곤살로 이과인 역을 맡을 만한 선수가 없었다. 특히 파트너로 출전한 유주안이 상대 수비진에게 다소 봉쇄되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전방 압박을 통해 수비에 기여한 것은 높이 살 만하지만, 공격수로서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 오세훈의 골로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높였다는 건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성적을 노린다면, 공격 작업을 펼침에 있어 분담할 수 있는 활약상을 보이는 선수가 필요해 보인다. 가면 갈수록 이겨야 할 승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승우를 메시처럼 활용하는 게 공격의 기본적 전술이라면 앞 선에 자리한 다른 선수들이 좀 더 두각을 나타내야만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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